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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출판지식노마드, 2017

<프로토타이핑> 박기철 교수가 추천하는 『축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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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역량을 쌓고 끝까지 풀어내야 한다.

『축적의 길』에서 저자는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개념설계(Concept Model) 역량을 키우며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개념설계는 무엇이며, 왜 우리 산업에 필요한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정체된 한국의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념설계란 백지의 상태에서 제품의 개념을 정의하며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며, 이후 밑그림을 바탕으로 시행하는 후속 단계를 ‘실행(Implementation)’이라고 한다. 애플은 아이폰의 개념설계를 하고 대만의 제조회사 폭스콘(Foxconn)은 실행을 통해 제품을 만든다. 

그렇다면 애플은 삼성과 같이 생산공장 하나 없이도 어떻게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념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건축 기술의 집약체’라 불리는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측량은 스위스 라이카(Leica), 터파기(기반) 설계는 영국 에이럽(Arub), 콘크리트와 철골을 쌓아 올리는 빌딩 설계는 미국 케이피에프(KPF)와 레라(LERA)가 맡았고, 초속 80m의 강풍을 견디는 풍동설계는 캐나다 RWDI, 유리 외벽공사는 미국 CDC의 컨설팅을 받은 일본 릭실(Lixil)이 담당하였으며, 콘크리트 배합 및 압송 기술, 시공만이 롯데건설에 의해 이루어졌다. 

여기서 핵심역량인 개념설계는 시행착오를 통해 수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해외 기업에 의해 수행되었고, 실행은 롯데건설에 의해 이루어졌다.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사례는 중공업, 자동차, 전자 등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에 걸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념설계라는 원천 기술 없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양산 기술의 혁신 즉, 외적 성장에만 집착해온 국내 산업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간 우리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선진 기업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성공을 거둬왔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이노베이터(Innovator)로서 도전적인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백지에서 그림을 그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저자는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개념설계 역량을 쌓아가는 방법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축적의 경험을 가진 인재를 키워라, 두 번째, 아이디어보다는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세 번째, 시행착오와 경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조 현장을 키워라. 네 번째, 고독한 천재보다는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다섯 번째,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요약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거나 완성된 개념설계를 사 오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오래도록 직접 그려보고 적용해보며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할 수 있으며, 그런 과정을 거쳐 확보된 개념설계 역량은 급변하는 산업 속에서 새로운 환경과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빠르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시행착오의 중요성,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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