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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 최희진 교수를 만나보다.

최희진(불어불문93)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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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진 교수의 모습
▲최희진 교수의 모습

삶의 순간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마주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꿈’이라는 길은 아예 막혀버리기도, 끊어져 버리기도 한다. 가수라는 길을 지나 교수라는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최희진 동문을 만나보았다.

 

Q. 본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아는데, 석사는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박사는 정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세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게 된 계기와 그와 관련하여 문화예술산업의 교수로 재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학사, 석사, 박사 학위명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학계로 진입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약점이 되는 부분이다. 불문학, 한국어교육, 정보커뮤니케이션학을 별다른 관심 없이 놓고 본다면 분명 전자는 인문학에 속하고 후자인 두 학문은 사회과학에 속하기에 연구 방법도 다르다. 그렇지만 세 학문 모두 인간의 의식과 문화적 행위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보면 비슷하다. 결과론적으로 이렇게 설명했지만, 사실 현재 문화예술경영학과의 교수로 재직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 그중에서도 ‘음악’이라는 실천적 경험을 학문의 장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음악 산업 현장에 있었던 대중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험에서 조금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이 한 실천과 그 결과물들을 가지고 내적 성찰을 하며 연구의 주제들을 생각했다. 한동안 연구의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게 되면서 관련 분야의 교수로 일하게 된 것 같다.

  

Q. 1998년 필명 ‘최다비’란 이름을 쓰고 혼성그룹인 비쥬(Bijou)로 데뷔했는데, 가수에서 교수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교수로 전직하게 된 계기와 고충을 듣고 싶다. 

A. 가수는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사람들과 호흡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대중들의 보편적 희로애락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 감정을 무대 위에서 연기해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능력, 생각이나 감정을 창작물의 형태로 만들어 내는 능력 중 어떤 것이 나의 기질과 더 잘 맞는가 생각해보니 후자였다. 후자를 선택했고, 후자에 집중했다. 뒤늦게 공부하며 평소 관심을 두었던 철학서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고, 사회학 그리고 프랑스 샹송과 문화에 관한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행복했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대중예술인의 행위와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삶을 돌아보게 했다. 이처럼 지적 호기심을 마음껏 풀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교수로서 어려운 점은 세대 간 인식 차이, 학생 간 인식 차이가 있는 가운데, 강의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매번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 다르기 때문에 강의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가수 '다비' 2집 <Neofeeling> / 출처: 네이버 바이브
▲가수 '다비' 2집 <Neofeeling> / 출처: 네이버 바이브

Q.  가수 ‘비쥬’로서는 3집 발표, 솔로 ‘다비’로서는 2집 발표 이후, 방송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슈가맨 등의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쇄도할 만큼 유명했던 그룹인 비쥬를 그만두게 된 이유와 다시 가수로서 무대에 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하다.

A. ‘비쥬’라는 듀오에서 보컬과 작사, 작곡을 하며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것은 돌아보면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언제나 시간 속에서 변해가는 존재여야 하고 어딘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머무르고 싶다고 해도 우리들은 떠나야 하는 여행자와 같은 숙명을 가진 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가수라는 직업적 커리어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겨 온 것은 철저히 나의 의지였다. 그러한 선택 후 이어진 현실들은 또 다른 벽을 넘어야 하는 고된 과정이었다. 하지만 항상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관심사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로부터 언제나 다른 존재로 내가 변해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Q. 가수 활동을 한 후, 공연예술산업 분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현직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수 경험이 있는 교수로서 학생에게 특별히 중점을 두고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음악 산업의 체계, 즉 시스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 산업의 스타시스템의 고유성과 동시에 단점과 보완점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며 생각을 계속하도록 자극한다. 그리고 실무 차원에서 뮤직 비즈니스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개발해 보도록 실습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우리나라만의 스타시스템이 있다. 물론 지금은 외국의 엔터테인먼트사나 예술경영자가 관심을 가질 정도로 잘 정착이 됐지만, 항상 어떤 분야에서든 크게 볼륨을 키우다 보면 그 안에서 항상 모순점 혹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학생들이 그런 모순점과 시스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령,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음악 산업에서는 다양한 장르가 자리 잡기 힘들다는 문제를 인식한다면, 교수가 그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경영하고, 어떻게 아티스트를 만나고 무엇을 기획할 것인지 묻는 방식을 통해 학생이 생각을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기억에 남는 학생의 물음이 있다. “왜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가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여성 멤버들이 음악과 가창, 연주까지 모두 하는 밴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고 아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키워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그 학생들에게 만약 직접 여성 밴드를 만들어본다면 어떤 방식으로 시장 조사를 해서 어떻게 모델을 만들고 그 후에는 어떻게 다양한 가치를 만들 것인지 계획하고 발표하도록 지도한 적이 있다.

 

▲가수 '다비' 활동 당시 모습 / 출처: 스타뉴스
▲가수 '다비' 활동 당시 모습 / 출처: 스타뉴스

Q. 교수와 가수는 다른 양상의 직업이지만, 대상만 다를 뿐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교수로서 강단에 설 때와 가수로서 대중에 앞에 설 때 어떤 차이점 혹은 공통점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A. 가수로서 무대 위에 서는 것과 강단에 서는 것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 어떤 내용을 서로 다른 수사학적 기법을 통해 전달하는 행위라 생각한다. 가수는 언제나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기에 외롭지만 빛이 나는 직업이고, 교수는 그보다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연구자라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연구실에서의 최희진 교수
▲연구실에서의 최희진 교수

Q.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 가수의 꿈을 펼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된다. 동문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가수의 꿈으로 나아갔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동문처럼 완전히 다른 전공의 학우들이 가수를 꿈꾸는 경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수많은 대중음악인의 전공을 보면 실용음악이 아닌 다른 학문을 전공한 경우가 많다. 역시 나 또한 어릴 때 피아노 등 기본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지만, 불문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사실 피아노와 기타만 연주할 수 있어도 작곡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이야기를 선율에 담을 것인가’이다. 밥 딜런(Bob Dylan), 마크 노플러(Mark Freuder Knopfler), 브라이언 메이(Brian May)와 같은 음악가들이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이들은 영문학, 물리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대신 음악을 가장 사랑한 사람들이다. 덧붙여 음악인으로서 실천의 영역과 이론의 영역, 즉 학문의 영역을 분리하지 말고 함께 연결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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