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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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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되어 실기수업이 시작되면 15주에 해당하는 커리큘럼과 준비물 그리고 평가 기준 등을 망라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실기실 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 청결이다.

주지하다시피 실기실 공간은 아무리 넓어도 부족하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을 나누어 사용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대학뿐 아니라 미술 실기를 하는 전 세계의 대학들이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이다. 물론 학기 초에는 제작하는 작품의 양도 적어 그럭저럭 지나갈 수 있다. 학기 중간쯤 접어들면 실기실에는 무엇인지 모를 물건들이 방치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에는 작품과 재료 외의 것들이 상당수 있다. 여기저기 방치된 작품들과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재료들은 작업대는 물론 실기실 전체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거기에다 먹다 남은 음료나 음식물들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실기실이, 자신이 종일 창작하는 공간이 쓰레기하치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특히 남의 일에 간섭을 꺼리는 세태는 그 쓰레기들을 한 학기 내내 방치하게 한다.

실기실은 어떤 곳인가? 하루의 반 이상을 지내며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비록 좁고 허술하지만, 자신과 대면하는 가장 큰 세계인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수선하고 복잡한 환경이야말로 창작의 영감을 끌어내는 요소의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의 스튜디오에서나 할 말이지 공동의 공간에서는 몰염치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실기실에 방치되는 불필요한 물건들과 쓰레기는 작업환경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것이다. 또한 전공에 따라서는 인체에 그다지 유익하지 않은 재료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들에 대한 관리와 정리 정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물질들은 고스란히 자신은 물론 그 공간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몸속으로 흡수된다. 잠깐 쉬기 위해서 가져다 놓았다는 간이침대와 담요 등은 과연 청결할까? 한 학기 또는 일년내내 방치되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유해균이 번식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먹고 마시다 남아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는 해충과 쥐들을 유인하며 구석구석에 둥지를 틀게 한다.

학기 말이 되어 청소하면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버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물건들이 왜 한 학기 내내 실기실에 있다 나오는 것일까? 매학기 마다 교육환경개선에 대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시행하고 있다. 실기실 환경개선 및 교구를 포함한 기자재들을 수리, 교체하여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은 어느 한 개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전체 학생들의 권익과 공동체의 동반 발전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 개개인의 청결과 정리 정돈에 대한 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무의미한 연례행사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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