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하종현, 《접합 96-062 Conjunction 96-062》

박물관을 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하종현, 《접합 96-062 Conjunction 96-062》
▲ 하종현, 《접합 96-062 Conjunction 96-062》

하종현은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195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69년에는 전위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했으며, 1974년까지 AG 회원으로서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실험했다. 그는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탈회화 작업을 거쳐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대 캔버스와 물감의 물성 표현에 착안한 회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때 제작된 것이 《접합》 연작(1974년~2000년대)으로, 《접합》 연작은 마대 천과 배압법이 그 특징이다. 《접합》 연작에 쓰인 올이 굵은 마포는 하종현의 상징과도 같으나 그 뒤편에는 전쟁과 가난이라는 아픈 과거가 담겨있다. 마포의 올이 억세고 굵은 탓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던 하종현은 물감을 뒤에서 밀어내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것이 바로 배압법이다.

《접합》 연작에 있어 하종현의 가장 큰 목적은 작가 자신의 행위를 최소화하고 물질을 그 자체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초기 《접합》 연작에서는 작가의 신체 개입이 최소화되고 캔버스와 물감의 물질성이 강조된 정적인 화면 구성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경향은 1984년의 현대화랑 개인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의 《접합》 연작에서는 화면에 칠해진 물감을 쓸고, 밀어내고, 긁어내며 물감의 물질성과 행위의 역동성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종현은 배압법을 통해 물감의 물성을 드러내며 ‘원초성’에 동화하려 했음을 밝힌 바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작업을 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후 90년대 《접합》 연작에서는 물성이 소용돌이 구조나 수평수직의 확산구조를 이루며 작가의 신체나 행위가 전면으로 부각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2010년부터 선보인 <이후접합> 연작에서는 70년대 《접합》 연작의 제작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색과 사물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변화를 보였다. 따라서 하종현은 캔버스와 물감의 물성을 강조한 정적인 70년대 《접합》, 물성과 역동성이 두드러지는 80-90년대 《접합》 그리고 다양한 색과 혼합된 매체들의 등장 등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 2010년대의 《이후접합》까지 끝없이 변화를 연구했던 작가라 할 수 있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하종현의 작품은 《접합 96-062 Conjunction 96-062》(1996)으로, 물성과 역동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굵은 올로 짜인 누런 마대 캔버스 뒤에 발린 물감은 올 사이사이로 밀려나오며 독특한 조형성을 보여준다. 마대의 올마다 다른 굵기와 캔버스를 누를 때마다 변화하는 힘의 조화는 캔버스 위에 우연한 묘미를 선사한다. 또 거칠고 성긴 마대 천과 황갈색 계통의 단색조 유채 물감은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옛 시골의 흙벽을 연상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한국적이고 따뜻한 정감을 느끼게끔 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