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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희, 아트북스, 2020

<논리적사고와글쓰기> 이연순 교수가 추천하는 『고전과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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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수업을 앞두고 불안해하던 시기에, 고연희의 『고전과 경영』이라는 책에 실린 ‘이윤(伊尹)’의 고사와 그 해설을 다시 찾아 읽으며 반성했다. 제목만 보아선 경영과 관련된 책인가 싶지만, 이 책은 조선 후기 왕실에서 교육용으로 제작한 그림책 『예원합진』의 글과 그림 총 24편을 3부로 나누어 하나하나 소개한 것이다. 고전 가운데 현대에도 실릴 만한 경영 관련 지침들을 모아 놓은 점에서 이 같은 제목을 단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머리글에 따르면, 『예원합진』은 현재 일본 나라(奈良)의 야마토분가칸(大和文華館)에 소장되어 있어 저자가 그곳을 직접 방문해 책을 살펴보고 2013년부터 신문에 한 편씩 연재해오다가 연재가 끝날 무렵, 한 권에 *영인과 해설을 겸하여 어렵사리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이 책에는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이야기와 그것을 형상화한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에 더해 저자의 손길로 일깨운, 감각이 반성으로 돌아오게 하는 소중한 구절도 많다.

본래 『예원합진』의 글은 사서삼경, 제자백가, 『사기』, 두시(杜詩), 시화집 등에 출처를 둔 것으로, 조선 후기 서화가 윤순(尹淳, 1680~1741)의 필적과 화원화가인 양기성, 진재해, 한후량, 장득만 등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그에 대해 『고전과 경영』에서는 저자가 그와 관련한 일화와 그림들을 더해 자세하고 새롭게 풀어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예원합진』에서 ‘“형이정亨利貞”’으로 나눈 것에 1부 ‘진정한 인재를 찾아라’, 2부 ‘여유와 기상을 품어라’, 3부 ‘고결한 관계를 지켜라’와 같은 제목을 달고, 그 안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제목을 달아 소개한다. 곧 진정한 인재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인물들로 이윤, 부열, 강태공, 주운, 소보와 허유, 장자, 임포 등이 있고, 기상과 여유를 품은 인물들로는 증자, 장재, 소옹, 사마광, 두보, 맹호연, 백거이, 구양수 등이 있다. 그리고 관계를 소중히 지킨 인물인 장량, 상산사호, 굴원, 도연, 왕휘지, 낙빈왕 등의 고사가 눈길을 끄는 제목 아래 실려 있어 골라보기에 좋다.

그중 이 책의 1부 첫 편에 ‘나만의 행복보다 모두의 행복’이라는 제목을 단 ‘이윤’의 고사<伊尹畊莘(이윤이 유신의 들에서 밭을 갈다)>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먼저 『예원합진』에 실린 맹자(孟子, BC 372~BC 289)의 글과 양기성의 그림을 제시한 후, 저자가 이윤에 대해 더 설명한 다음 글이 그것이다. 

“이윤이 태갑에게 준 가르침 가운데, 특히 다음의 글은 누군가의 윗자리에 있다면 잊지 말아야 할 만고불변의 격언이다.

누군가의 어떤 말이 당신의 마음을 거스른다면, 

반드시 그 말이 도에 맞는가를 생각하십시오.

누군가의 어떤 말이 당신의 뜻에 따른다면,

반드시 그 말이 도에 맞지 않는가를 생각하십시오. (서경, 태갑 하.)

쉽지 않다. 아랫사람이 윗사람 마음에 드는 말을 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드는 말을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너의 마음에 역행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따르고 배울 것을 생각하라는 지침이다. 대개 사람들은 배우고자 하기는커녕 분노하고 미워한다. 그러니, 부디 분노가 일 때 생각해라. 당신의 마음에 거슬리는 그 말속에 오히려 도리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 고연희, 『고전과 경영』, 아트북스, 2020, (25쪽)

누군가의 말이 내 마음을 거스르면 그 말이 도에 맞는가를 생각하라는 이윤의 가르침에 저자는 먼저 그러기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에 대해 충분히 곱씹어 새긴 뒤에도 분노가 일 때, 그 속에 도리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위에서는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이 하는 말에 한정해 다루었지만, 꼭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저 누구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적용할 수 있겠다.

이 책이 던지는 작은 파문에 귀를 기울여보고, 마음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응시해보면 좋겠다. 선명히 잡히지는 않고 어렴풋이 수면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또 그림에는 문외한인 필자는 이 글에서 그림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못했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림들을 눈여겨보아도 좋겠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사이로 드나들 무수한 말들을 걸러내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던져줄 책을 가까이 두는 한 학기가 되었으면 한다.

*영인 : 인쇄물의 원본을 사진으로 복사하여 인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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