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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고 신기한 국제법: WTO 각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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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많은 국제기구를 소개하면서, WTO도 그 중의 하나라는 사실과 현재 WTO 사무국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원래는 ILO 등 여타 국제기구가 사용하던 유서 깊은 곳이라는 사실을 기술했다. 또한 WTO 행정을 책임지는 사무국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는 한편, 사무국의 수장 역할을 하면서 대외적으로 WTO를 대표하는 사무총장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2021년 3월에 취임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Ngozi Okonjo-Iweala) 사무총장이 WTO 앞에 놓은 많은 현안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호에서는 WTO의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데, 특히 각료회의에 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최근에 개최된 제12차 각료회의의 주요 성과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12차 각료회의 로고/ 출처: WTO 홈페이지
▲제12차 각료회의 로고/ 출처: WTO 홈페이지

WTO의 기능과 역할

WTO 각료회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WTO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WTO의 기능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먼저 회원국들에게 무역협상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WTO는 회원국들과 끊임없이 무역자유화 및 새로운 무역규범의 창설 및 국제통상현안에 대하여 논의한다. 무역협상의 역사는 지난 호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GATT 시절부터 꾸준히 내려 온 전통이다. 두 번째 WTO의 기능은 무역분쟁을 다루는 것이다. WTO 회원국간에 국제무역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는 경우에, 회원국은 WTO 분쟁해결기구에 그 해결을 요청할 수 있다. WTO 분쟁해결기구는 패널단계와 상소기구 단계로 나뉜다. 대부분의 국가간 분쟁해결절차가 단심으로 끝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WTO 분쟁해결절차는 2심인 상소를 허용하고 있는데 그 특징이 있다. 2022년 9월 현재까지 WTO에 제기된 분쟁건수는 614건으로 여타 국제기구에 계류된 분쟁건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WTO 기능 중 세 번째는 각국의 무역정책을 검토하는 것이다. 회원국은 정기적으로 자국의 무역정책에 대해 다른 WTO 회원국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가지며, 다른 회원국들과의 질의와 응답과정을 통해 각국의 무역정책을 상호간에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WTO 기능은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IBRD) 등 다른 국제기구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무역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WTO 사무총장

▲각료회의 개최 현황/ 출처: WTO 홈페이지
▲각료회의 개최 현황/ 출처: WTO 홈페이지

WT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각료회의(Ministerial Conference)이다. 각료회의는 다자무역협정과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주요한 결정을 한다. 각료회의는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 표를 보면 실제로는 2년이 아니라 더 오랫동안 각료회의가 열리지 않은 예도 있다. 예를 들면, 제7차 각료회의는 4년 만에 개최되었으며, 제12차 각료회의도 5년 만에 개최되었다. 각료회의는 스위스의 제네바에서만 개최되는 것은 아니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개최되기도 한다. 각료회의가 열리지 않는 동안 WTO 운영을 책임지는 것이 일반이사회(General Council)이다. 일반이사회 이외에 주요한 WTO 기관은 상품무역을 관장하는 상품이사회(the Council for Trade in Goods), 서비스무역을 관장하는 서비스이사회(the Council for Trade in Services), 지식재산권 관련 사안을 관장하는 지재권이사회(the Council for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등이 있다. 

제12차 각료회의 성과

가장 최근에 개최된 각료회의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2차 각료회의이다. 원래 제12차 각료회의는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에서 2020년 6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의 영향으로 일정이 취소되었고, 이후 2021년 12월에 제네바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역시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열리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12차 각료회의는 2022년 6월 12일-16일 제네바에서 개최되었다.   

▲제12차 각료회의 주요 결과
▲제12차 각료회의 주요 결과

제12차 각료회의에서 논의된 안건 중 주목을 끄는 것은 코로나 백신 특허에 대한 면제 여부였다. 인도, 남아공 등 개발도상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백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코로나 백신에 관한 특허를 일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다국적 제약회사를 두고 있는 미국, EU 등 선진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의 유용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지재권 권리자에 대한 보호는 해당 권리자가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에 대한 보상이며, 이러한 보상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양 진영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며 제12차 각료회의 전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다행히 각료회의에서 백신에 관한 지재권 면제에는 합의하였으나 그 기간은 5년으로 제한되었다. 한편 최근 백신보다 더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진단키트나 치료제에 관해서는 이번 각료회의 기간에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고, 그 논의를 6개월 안에 재개하기로 하였다.  

이번 각료회의의 또 하나의 성과로 꼽히는 수산보조금 협정의 경우에도 주요 쟁점 모두에 대한 합의 도출에는 실패하였고, 쟁점 중 그 범위가 축소되어 타결되거나, 일부 쟁점에 대한 협상이 후일을 기약하며 서둘러 봉합되기도 하였다. 또한 WTO 개혁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나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하지는 못하였다. 

▲제12차 각료회의 진행 모습/ 출처: WTO 홈페이지
▲제12차 각료회의 진행 모습/ 출처: WTO 홈페이지

제12차 각료회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낸 측면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향후 WTO로 대표되는 다자통상체제의 불안한 주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통상강국들이 양자적 또는 복수국가간의 별도의 규범체제를 만들려는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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