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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합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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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월) SPC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벌어진 노동자 끼임 사고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던 지난 10월 29일(토)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다. 이는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사고로, 현재(4일 기준)까지 밝혀진 사상자는 총 329명이다. 

사고가 발생한 29일 밤 11시경 기자는 핸드폰에 울린 안전재난문자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서울특별시청]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긴급사고’ 관련 안전재난문자는 계속 울렸고, 이미 뉴스에선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를 알리고 있었다. 한 시간마다 부상자는 줄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2014년을 떠올리게 했다.

국내 압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압사사고로 67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다. 1960년 서울역에선 설날을 앞두고 압사사고로 귀성객 3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2005년 상주 MBC 가요콘서트 행사장 압사사고에선 11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다쳤다. 앞선 사례들뿐만 아니라 압사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은 더 많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보다 사상자의 수가 많은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2017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지난 25년간 국내·외에서 발생한 다중밀집사고 원인을 분석했고 이에 1000명 이상이 모이는 공연이나 지역 축제 개최 시,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는 별도의 행사 주최자가 없었던 이태원 참사에는 적용될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3일(목) 행안부는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주최자가 없는 축제·행사 등도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안전관리 의무를 규정하는 지침을 제정하겠다 밝힌 바 있다. 

이번 참사는 충분히 참사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상자가 기자와 비슷한 또래라는 점에서 세월호가 생각난다. 기자는 2014년 중학생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 선배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2022년 대학생이 돼 중간고사를 마치고 놀러 간 선·후배와 동기들의 죽음을 마주했다. 혹시나 이태원을 간 지인이 있을까 잠도 오지 않았고 희생자가 층층이 쌓여있었다는 증언은 악몽과도 같았다. 도무지 잘 수 없는 밤이었다. 그러나 참사 상황에 대한 기사와 정부 및 경찰 등의 입장문이 나올 때마다 애도‘만’하고 있을 순 없었다. 

정부는 국민과 참사 희생자에 대한 사과보다 애도를 먼저 선포했다. 지난 10월 30일(일)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30일(일)부터 11월 5일(토)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이에 각종 행사와 공연 등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한 아티스트는 이번 애도 기간에 대해 “공연도 애도의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한편, 지난 4일(금) 윤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추모 위령법회’에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서양 축제인 핼러윈에 왜 모여서”가 아니다. 국가는 그들이 왜, 무슨 이유로 모였든 간에 ‘국민’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행사 주체자의 유무가 중요했던가? 매년 있었던 대형 행사였다. 핼러윈 축제에 갔던 청년들에겐 서울 한복판의 이태원은 안전할 것이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8년 전 그랬듯 국가에 대한 신뢰는 모두 낙엽이 돼 떨어졌다. 8년 전 정부는 참사 8시간 뒤에야 실종자 수색을 진행했고, 8년 후엔 참사 5시간 전부터 계속된 국민의 신고를 묵살했다. 국가 공식 애도기간은 끝났다. 이제 우리는 어떤 애도를 행해야 하는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 4조(국가 등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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