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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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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포스터 사진 / 출처: 국립극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포스터 사진 / 출처: 국립극단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 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 바탕의 짧은 꿈” 흔히들 생각하는 복수극의 한 장면은 끔찍한 일을 당한 주인공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총칼을 빼 드는 섬뜩한 사연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자기 자식을 버리고, 원수의 집에서 이십 년을 지낸 남자가 있다. 연극의 주인공, ‘정영’의 이야기이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사진 / 출처: 국립극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사진 / 출처: 국립극단

2015년 국내 초연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019년 관객이 뽑은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4년여 만에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이 극은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조씨고아 趙氏孤兒』를 고선웅 연출이 각색한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정영의 비극은 ‘도안고’의 만행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정의 권력자 ‘조순’을 시기해 온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는 어느날 권력에 눈이 멀어 조씨 가문의 멸족을 자행한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던 시골 의사 정영은 억울하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해 처절한 복수극을 시작하게 된다. 조씨 가문에 입은 은혜와 책임감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자식과 아내의 목숨마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정영은 조씨고아를 아들로 삼아 키운다. 그를 알아채지 못한 도안고에게 양자로 입양된 조씨고아는 스무 살이 된 해, 정영으로부터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기군상(紀君祥)의 원작 『조씨고아』 는 복수를 마치고 도안고의 일족 삼백 명을 참하는 정영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국립극단은 여기에 절대 권력의 존재를 개입시킨다. 도안고의 권력을 견제한 *영공이 도안고의 참수를 명하면서, 관객은 복수의 통쾌함보다는 절대 권력의 폭력성을 마주하게 된다. 복수의 성공을 알리며 흡족한 얼굴로 떠나는 조씨고아와는 상반되게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다 사라지는 정영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구석에 묘한 씁쓸함을 얻게 된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사진 / 출처: 국립극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사진 / 출처: 국립극단

국립극단의 새로운 극장, 온라인 극장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알고 있던 극장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극장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바로 ‘온라인 극장’(on.ntck. or.kr)이다. 온라인 극장은 지난 2011년, 국립극단의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어 네 번째로 개관한 극장이다. 연극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OTT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것은 국내 최초이다. ‘당연했던 극장에 던진 질문, 연극의 또 다른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작년 처음 선보인 온라인 극장은 현재 연극 열다섯 편을 서비스 중이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여 개관한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이 주목을 받은 데에는 ‘배리어 프리’, ‘디렉터스 컷’ 또한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 관객들도 공연을 원활히 관람할 수 있도록 장면 해설이나 수어 통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평등한 관람 환경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지만 기존 오프라인 극장에서는 일부 회차에만 제공됐다. 그러나 국립극장 온라인 극장에서는 <스카팽>을 일반 버전과 더불어 수어 통역과 화면 해설 버전까지 총 세 가지 버전으로 관람할 수 있다. 수어 통역 버전에서는 화면 오른쪽에서 두 명의 통역사가 배우들의 대사를 수어로 통역하고, 화면 해설 버전에서는 무대 구조와 배우들의 동선 등을 음성으로 해설한다. 또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일반 버전 외에도 디렉터스 컷 버전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풀샷과 클로즈업을 교차로 편집한 일반 버전과 달리 디렉터스 컷은 연출가의 시선에서 더욱 느린 호흡으로 편집한, 장면의 전환을 최소화한 버전이다.

온라인 극장 이용을 위해서는 국립극단 홈페이지 회원가입이 필요하다. 영상은 정액제가 아닌 작품별 구매 방식으로, 한 편당 9,900원에 구매 후 3일간 시청이 가능하다.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서비스를 시작으로 그동안 뮤지컬에 비해 적은 관심을 받아왔던 연극의 일상화를 기대해 본다.

*영공(靈公): 진양공의 아들 진영공의 시 호. ‘영(靈)’은 어리석은 임금의 시호로 알려져 있다.

**오픈런(open run): 상영·공연 따위를 폐막 날짜를 정해 놓지 않고 무기한으로 하는 일

 

공연기간: **오픈런 

공연장소: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공연시간: - 

공연요금: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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