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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사랑한 마법의 물, 탄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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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수 시장은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이다. 지난 2021년 6월 23일(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가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판매량은 지난 2015년 1천890만L에서 불과 5년 만에 2천430만L로 28.6% 증가했다. 더불어 2025년에는 탄산수 판매량이 2천880만L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탄산수 시장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2016년 탄산음료 강국이라 부를 수 있는 미국의 생수 판매량이 탄산음료의 판매량을 뛰어넘으며, 일반 생수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탄산수의 시장 규모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음료마케팅협회(Beverage Marketing Corporation)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미국 내 탄산수 판매량이 2배, 한화 약 9조 482억 가까이 증가했다. 고열량의 탄산음료를 대체하며 인기몰이를 한 탄산수, 그 시작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시중에 시판되는 탄산수/ 출처:페리에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시중에 시판되는 탄산수/ 출처:페리에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탄산수의 대중화

우리나라의 수돗물 ‘아리수’는 그 깨끗함을 자랑하듯 길거리 음수대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식당에서까지 물을 사서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유럽의 토양에 석회석이 많이 섞여 있어 지하수에도 석회질 성분이 많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몇몇 유럽인들은 땅에 스며들지 않은 빗물을 받아 마시거나, 석회 성분이 덜 섞인 물을 찾아 마셨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냥 석회수를 마셨으며, 레몬이나 식초를 타는 정도의 처리만 했다. 석회수에 함유된 수산화칼슘은 복통을 유발하고, 그 맛이 매우 텁텁하다. 이러한 수산화칼슘을 제거해 주는 역할이 바로 탄산이다. 탄산수의 주성분인 이산화탄소(CO2)와 수산화칼슘(Ca(OH)2)이 만나면 만들어지는 탄산칼슘(CaCO3)은 *불용성으로 밑으로 가라앉는다. 따라서 탄산수를 마시면 복통을 예방할 수 있었다. 과학적인 수질 측정 방법이 없던 과거, 좋은 수질을 보장받기 위해 유럽에서는 탄산수를 음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탄산수의 양이 많지 않았기에 일부 귀족만이 탄산수를 마실 수 있었다.

탄산수의 대중화는 18세기 영국의 성직자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1733~1804)가 탄산수 제조 기술을 발명하면서 시작됐다. 프리스틀리는 맥주 양조장의 발효통 안의 액체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이 공기방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물이 담긴 그릇을 맥주통 위에 놓고 관찰했다. 프리스틀리는 시간이 지나 맥주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물에 섞여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수가 된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후 기술 개량이 이루어지며 산업혁명과 함께 탄산수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탄산수인 초정탄산수/ 출처:위키백과
▲우리나라 최초의 탄산수인 초정탄산수/ 출처:위키백과

탄산수는 만병통치약?

탄산수가 대중화된 이야기를 비롯해 유명한 탄산수 브랜드가 대체로 외국기업이기에, 우리나라 탄산수의 역사가 수입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시작은 조선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세종실록(世宗實錄)』에는 “물맛이 호초(후추) 맛과 같은 것이 있어 이름 하기를 초수(椒水)라 하는데 그 냄새는 초란(椒蘭)보다 더하였다”라고 탄산수에 대한 기록이 있다. 당시 탄산수는 세종의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어의가 구해온 것으로, 세종은 식사부터 약 복용까지 초수와 함께하며, 탄산수를 이용한 치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세종실록(世宗實錄)』에는 “(초수로) 목욕하여 안질을 치료하였다”라며 탄산수의 효능이 적혀있고, 눈병뿐만 아니라 피부병도 치료에 차도를 보였다고 기록돼있다. 세종 때, 탄산수와 관련된 기록이 50여 개가 발견됐고, 세종은 탄산수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세종실록(世宗實錄)』의 “임금과 왕비가 청주에 거둥하니 세자가 임금을 모시고 따라갔다”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세종은 탄산수가 솟아나는 충북 청주의 초정약수터에 자주 행차했다. 더 나아가 질병에 걸린 신하들에게 탄산수를 추천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세종실록(世宗實錄)』뿐만 아니라, 조선 전기 문신인 이승소의 『삼탄집(三灘集)』에는 탄산수를 주제로 쓴 시 <초수부>가 실려있다. <초수부>에서는 탄산수를 단순히 맛있는 물을 넘어 신령스럽고, 상서로운 만병통치약으로 묘사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의 어가행렬/ 출처:중부매일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의 어가행렬/ 출처:중부매일

현대 과학에서도 탄산수가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탄산수는 평활근에 작용하여 전체 위장 관계의 운동성을 향상시킴으로써 포만감을 감소시키며, 소화장애와 변비, 담낭을 비우는데 개선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2011년 노인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결과는 탄산수를 음용한 실험군이 주당 배변 횟수가 더 증가하고 변비 증상도 유의적으로 감소한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다복용은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탄산수에 함유된 탄산가스가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소화기계통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트림과 더부룩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거나 위벽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탄산수의 낮은 수소 이온 농도(pH)는 치아 부식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대 치과병원 장주혜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치아 표면이 화학적으로 닳아 치아우식증(충치)의 위험이 커진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탄산음료와 무엇이 다를까? 알고 먹는 탄산수

탄산수와 친척 관계인 탄산음료를 탄산수처럼 마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탄산수와 탄산음료 모두 ‘탄산음료류’의 식품 유형에 해당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탄산수는 자연적으로 탄산가스를 함유한 물, 또는 먹는 물에 탄산가스를 첨가한 것을 말한다. 탄산음료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과 탄산가스를 혼합해 먹는 물에 가하거나,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탄산수에 가한 것을 말한다. 탄산음료가 함유하는 무기질 영양소는 탄산수와 동일하지만 예외적으로 ‘인’을 포함한다. 인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뼈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골다공증의 발생 위험과, 심부전 및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률이 증가한다. 이렇듯 탄산수와 탄산음료의 차이가 단순히 맛이 있고, 없고의 수준이 아니라 우리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데도 큰 차이가 있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출처:한국경제TV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출처:한국경제TV

그렇다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즉 무가당 탄산음료는 무엇이 다를까? 세계적인 탄산음료 기업들은 앞다퉈 열량을 낮췄거나 당류를 없앤 탄산음료를 출시하기 바쁘고, 제로 칼로리 음료 기업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무가당 탄산음료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서 아미노산 계열의 인공 합성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비롯한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을 사용한다. 아스파탐은 설탕과 같은 열량를 포함하고 있지만, 당도가 설탕의 160~220배에 달하고, 아세설팜칼륨은 100g당 4Kcal를 넘지 않지만, 당도가 설탕의 약 200배에 달한다. 이렇듯 같은 정도의 단맛이라도 열량 자체가 적으니 무가당 탄산음료는 단기적으로 다이어트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가당 탄산음료의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한 연구를 보면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탄산음료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 위험이 대략 70% 증가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크랄로스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고, 아스파탐은 대사돼 **페닐알라닌을 만들어 ***페닐케톤뇨증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이 인공감미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유해균이 증식하게 되고, 이러한 변화는 장뿐만 아니라 구강 질환과 정신 질환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탄산수, 탄산음료, 그리고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가 대량 생산되는 현재, 이들 사이의 구분이 어려워졌다. 지난 2016년 식약처가 탄산수와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국내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허위·과대 광고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286개 사이트가 적발됐다. 해당 사이트들은 탄산수나 탄산음료가 질병의 예방·치료 효능이 있다거나, 탄산음료를 탄산수나 과즙음료인 것처럼 광고했다. 따라서 제품을 구입할 때, 표시 사항을 꼼꼼히 읽고 내가 사고자 하는 제품을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탄산수의 가볍고 맛있는 섭취는 권장하지만, 과도한 섭취는 금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불용성: 액체에 녹지 않는 성질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필수 아미노산의 하나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 선천성 아미노산 대사 이상으로 인해 지능 장애, 담갈색 모발, 피부의 색소 결핍을 유발하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

 

[참고문헌] 문재희, 전성숙, 「노인 뇌졸중환자의 변비완화를 위한 탄산수 음용의 효과」, 대한간호학회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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