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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 뮤지컬 <미스사이공>으로 알아보는 전쟁 속에 태어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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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은 왜 잠 못 이루나, 왜 저 여자는 오렌지 향 날까. 베트남, 너는 대답이 없구나.”

위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미군 병사 ‘크리스’가 부르는 넘버 <Why god why>의 구절이다. <미스 사이공>은 브로드웨이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이다. 크리스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파병을 오게 됐는데, 파병 생활 중 베트남의 한 클럽에서 바걸로 일하고 있는 ‘킴’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며, 크리스는 킴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에게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위의 노래를 부른다.

사랑에 빠진 둘은 결혼하지만, 전쟁이 막바지에 치달으며 크리스는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얼마 후 베트남은 공산 국가로 통일되고, 킴은 미군에게 협조했다는 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며 홀로 아들 ‘탬’을 키운다. 한편 크리스는 킴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미국에서 새롭게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우연히 기회를 얻어 킴이 있는 방콕으로 오게 된다. 크리스를 마주한 킴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 탬만은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그 후 킴은 크리스가 탬을 꼭 데려가도록 하기 위해 권총으로 자살한다. 탬이 미국으로 가는 것에 자신이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서다.

이렇게 비참하고 슬픈 인생을 담은 <미스사이공>에는 원작이 존재하는데, 바로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나비 부인>이다. <나비 부인>과 <미스 사이공>의 차이점이 있다면, <나비 부인>의 배경은 일본이라는 것과 <미스 사이공>에서 크리스가 킴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 것과 달리, <나비 부인>에서는 미군 ‘핀커틴’과 *게이샤인 ‘초초상’의 사랑에 큰 초점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스 사이공>과 <나비 부인>은 동일하게 전쟁으로 인해 파병을 온 미군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홀로 아이를 낳고 아이를 더 나은 환경에 보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말을 보여준다. <미스 사이공>은 더욱이 실제 전쟁 당시 다분히 있었던 일들을 다루고 있기에 베트남 전쟁을 겪었던 이들에게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전쟁 속에 태어나고 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수는 가히 셀 수 없다. <미스 사이공>의 킴 또한 전쟁 와중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설정이라는 것에서 오랜 전쟁의 굴레를 보여준다. 이 작품들 속에서 전쟁 아래 군사력 없이 이끌려가는 약자들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많지 않다. 더군다나 아이를 가지게 된 주인공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어렵게 아이를 키우게 된다. 부모로서 해주고 싶은 것은 분명 많겠으나, 현실적으로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가정을 만든 과거의 남편에게 아이를 보내는 일뿐이다.

탄압과 차별이 만무하던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또한, 휴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위험을 절실히 느끼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같은 지구 속 우리와 먼 거리에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뉴스에서는 아이를 온몸으로 감싸다가 치명적 부상을 입은 어머니나 공격에 생명을 잃은 18개월 아이에 대해 보도한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의 보장을 외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 시대에, <미스 사이공>과 <나비 부인>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 고통을 알고 있으며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6·25 전쟁을 거치며 헤어진 이산가족들의 슬픔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흐려져 가는 기억 속에 여전히 젊은 그대의 얼굴만 되짚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날을. 또한, 아주 어린 나이에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외국에 입양 가게 된 아이들이 장성한 어른이 되어 자신의 부모를 찾고 있는 사례들을 말이다.

우리가 이미 한 번 겪었던 그 아픔이 되새김질 되지 않길 바란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전쟁으로 가족을 잃거나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이 순간 지속되는 혼란 속에서 우렁찬 울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부디 차가운 세상 속에 따뜻한 면만 보며 충만한 사랑을 받고 성장하길 바란다.

*게이샤(藝者): 일본에서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직업을 가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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