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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즐거움을, 이집트를 사랑한 남자

이집트학 연구소장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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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소장
▲곽민수 소장

이집트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다들 파라오 이름 하나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 이집트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만나봤을 수도 있다. 이집트학 연구소장 곽민수다. 곽민수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이집트학에 대한 정보가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다. 공부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이집트학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전공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A. 
어렸을 때 5년 동안 이집트 카이로에 살았다. 자연스럽게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갈 기회가 많았고, 이집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이집트학을 연구할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집트학이 없었고, 이집트학을 공부하려면 고고학과 인류학이 좋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인류학을 공부했고 그 후 이집트학이 발달해 있는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본격적으로 이집트학을 공부하게 됐다.

▲굴절 피라미드
▲굴절 피라미드

Q. 이집트는 긴 역사를 가진 만큼 유명한 유물이 많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물이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 ‘굴절 피라미드’를 흥미롭게 생각한다. 굴절 피라미드는 짓는 도중 무너질 것을 염려해 각도를 줄여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밑 부분의 경사각은 54°이고, 윗부분의 경사각은 43°이다. 굴절 피라미드의 특이점은 경사각이 두 개라는 점뿐만 아니라 내부구조가 이중으로 돼 있다는 것도 있다. 보통 피라미드의 입구는 북쪽에 있는데, 굴절 피라미드의 입구는 북쪽과 서쪽에 두 개 있다. 안쪽에 방도 두 개 있다. 이런 특징은 다른 피라미드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북남 축을 선호하는 별 신앙과 동서 축 입구를 선호하는 태양 신앙의 갈등 때문에 이중적 내부구조가 나타났다는 가설이 있다. 피라미드가 만들어질 때, 양쪽 신앙 세력이 대립했고, 당시 파라오였던 스네프루(Snefru)는 양쪽 신앙을 모두 고려해 입구를 두 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탕평책으로 볼 수 있다. 굴절 피라미드 이전 피라미드들은 전부 남북 축 입구와 남북 방향 방으로 건설됐는데, 이후 피라미드들은 두 신앙을 섞어 남북 축 입구와 동서 방향 방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굴절 피라미드의 탕평책이 계속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Q.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가 먼저 생각날 만큼 피라미드는 유명한 유물이다. 과거 탐사로봇이 환기구를 따라간 후 드릴로 파서 글자와 손잡이를 확인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진행된 추가 연구가 있는지 궁금하다.
A.
 환기구로 불리긴 하지만, 실제로 환기를 목적으로 설계됐는지는 알 수 없다. 여왕의 방에서 연결되는 환기구는 바깥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2002년 미국 조사팀이 소형 로봇을 보내 드릴로 구멍을 뚫어 그 너머 공간을 확인했는데, 안에 문으로 보이는 형체가 발견됐다. 그 후 2011년 다국적 조사팀이 조사한 결과, 알 수 없는 숫자와 글자가 발견됐다. 아직은 여기까지 조사 됐지만 추가로 조사될 것이다.

▲조세르의 굴절 피라미드와 곽민수 소장(좌) 조세르 조각상(우)
▲조세르의 굴절 피라미드와 곽민수 소장(좌) 조세르 조각상(우)

Q.‘조세르’ 같은 조각상들은 현장에서 옮겨와 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현장에는 모조품이 놓여있다. 가품을 현장에 가져다 두고, 진품을 박물관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조세르 피라미드(Djoser Pyramid) 옆 세르다브(Serdab)에 있는 <조세르>(Djoser) 조각상은 현재 모조품이 전시되고 있다. 세르다브는 파라오에게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모조품 조세르 조각상은 그 현장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물론 현장에 진품이 있는 것이 더 좋지만, 손상의 가능성이 있는 유물은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조품 역시 굉장히 잘 만들었기 때문에 구분하기는 어렵다.

Q. 아부심벨 신전(Abu Simbel)은 나일강 댐으로 인해 조각나 지대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집트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이집트 유적을 망친 셈인데, 이집트의 경제발전과 유물 보존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살아있는 사람의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삶이 망가질 정도로 유적을 보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이집트는 아스완 하이댐을 만들면서 500km 길이의 나세르 호수가 만들어졌다. 이집트 입장에서는 전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댐이었다. 그 과정에서 호수에 있는 수많은 유적들이 수몰됐다. 그 전에 수많은 유적을 약 10년 동안 미리 발굴하고, 아부심벨 신전과 같은 중요한 유물들을 수몰 지역 위로 옮겼다. 이를 구제 발굴이라고 한다. 이집트 아스완 하이댐 구제 발굴 경험을 계기로 만들어진 국제기구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UNESCO World Heritage)’이다. 이런 활동 덕분에 유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인간의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Q. 이집트의 유물들이 현재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곳에 흩어져 있다. 이집트는 이것의 회수를 요청하고 있고 영국 프랑스 등은 반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A.
 약탈 문화재는 반환돼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반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에 이집트 유물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 상당수는 약탈 문화재이고 또 다른 부분은 구입과 선물 등 당대의 기준으로는 정당한 방법으로 가져온 것이다. 불법적으로 약탈 문화재는 대표적으로 영국이 가지고 있는 <로제타스톤(Rosetta Stone)>과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덴데라 천궁도(Denderah zodiac)> 그리고 독일이 가지고 있는 <네페르티티 두상(Neferneferuaten Nefertiti)>이 있다. 이집트 당국은 계속해서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반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요도가 높은 유물들은 반환되지 않았다. 유럽 국가들의 명분은 이집트가 관리할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인데, 조만간 완공될 이집트 대박물관(The Grand Museum of Egypt)이 최고의 관리시설을 갖추는 만큼 명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유권을 이집트에 넘기고 유럽 국가들이 임대해가는 형식을 취하는 절충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Q.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이집트에 대한 정보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최근 마블 드라마 <문나이트(Moon knight)>(2022)가 이집트 문화를 기반으로 했다. 덜 유명한 이집트 신화 속 신들이 등장해 신선했다. 흥미로웠지만 이집트 문화 전반에 대한 예의가 조금 부족해 보였다. 미라를 만드는 작업은 이집트 문화에서 신성시되는 일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두려운 장면으로 연출된 점이 아쉽다.

Q. 반대로 우리가 이집트에 대해 가지는 오해들도 많다.
A. 
 대표적으로 ‘파라오의 자위설’이 있다. 나일강이 범람하면 파라오가 군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위행위를 했다는 이야기인데, 완전한 가짜뉴스이다. 파라오의 자위행위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다. 다만 창조 과정을 묘사한 텍스트들 가운데, 창조주인 아툼(혹은 라) 신이 자위행위를 통해서 다음 세대의 신인 슈와 테프누트를 낳았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이집트에는 ‘신의 손’이라는 신관 직책명이 있었는데, 대체로 카르나크 신전의 고위 여성 신관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역시 넌지시 고대 이집트에서는 *‘수음’이 신화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파라오 자위행위 의례’에 관한 가짜뉴스는 바로 이 신화적 배경을 가지고 누군가가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내용이 근거 없는 공신력을 갖게 되며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Q. 곽민수 소장은 요즘 유튜브, EBS, 신문 칼럼 등 다양한 분야의 미디어에 출연하고 이를 통해 이집트 정보에 대해 대중화가 점점 많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하다.
A. 
현재 여러 매체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이집트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집트학의 경우 한국에서 대학과 국가 차원의 지원은 없다. 영국은 대학이나 국가 차원의 지원도 있고 대중들의 이집트 연구를 진행하는 재단 등에 대한 지원도 있다. 재단을 통해 연구를 위한 기부금을 주고 학자들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도 만든다. 한국도 대중들은 이집트에 대한 관심이 많다. 궁극적으로 한국에도 대중의 관심과 지원이 학문의 밑바탕이 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Q. 이집트에 대해 알아보고 즐길만한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우리나라에서 이집트를 즐기는 방법은 전시를 보는 것이다. 올해 12월 15일(목)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부활을 위한 여정, 이집트 미라전>을 개최한다. 하지만 이집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여행을 가는 것이다. 이집트 여행을 가려면 10일 이상 가는 것을 추천한다. 10일은 있어야 기본 코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행 유튜브 등에서 이집트 관광 문화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집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겨난 것이다.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고, 호객행위에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거절의 의미다. 이런 현지의 문화가 이해되기를 바란다.

▲기자(GIZA)의 피라미드
▲기자(GIZA)의 피라미드

Q. 미개척된 진로를 걸어가고 싶은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A. 
미개척 분야는 추천하기 힘들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미개척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실력을 쌓아야 하고 그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있을 때 역량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또 분야에 대한 활동 범위를 좁게 보지 말고, 시야를 넓혀 그 분야 일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길 바란다.


*수음 : 손이나 물건으로 자기의 성기를 자극하여 성적 쾌감을 얻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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