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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의 변화와 유연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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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약 25년전인 90년대 초반, 팀원들과 부서의 신규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당시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의 첨단을 달리고 있던 UC Berkeley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도로에 흰색라인을 도포하고 이를 시각적 인지를 통하여 추종하는 방식을 적용하였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당시 자동제어 기술을 담당하던 나는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에 대하여 회의적인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였는데, “어떻게 전자장치 또는 컴퓨터를 믿을 수 있느냐? 그것들이 언제든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들에게 나의 생명을 맡길 수는 없다.”가 주된 논지였다. 이러한 생각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다가 최근 반복되는 경험을 통하여 바뀌게 되었다.

  필자도 초기부터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잘 활용해 왔는데, 가끔 강 위를 달리기도 하고 엉뚱한 길로 인도하기도 하여, 네비게이션의 지시를 자주 무시하며 내 의지대로 운행을 하곤 하였다. 그러나, 최근 전주에서 서울로 오는 가족여행 귀경길이 공교롭게도 퇴근시간과 겹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차 막힘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그러한 예상만으로도 짜증이 났고, 네비게이션은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활한 교통상황에서 도착할 만한 예상도착시간을 꿋꿋이 제시하고 있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지라 필자는 반신반의하며, 네비게이션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갔다. 네비게이션은 기가 막히게도 필자가 처음 가보는 길로 이리저리 인도하며 자기가 처음에 제시한 시각에 맞추어 도착시켰다. 집에 다다른 즈음에서 나는 “과연 내가 운전 전문가라고 하여도 네비게이션보다 우수한 또는 적어도 동등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또한 과거의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추종만하던 수준에서 다양한 센서를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알고리즘을 통하여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몇 건의 사건은 있었지만 이미 다양한 실증연구를 통하여 실도로에서도 이들의 유효성이 입증된 상태이다. 필자도 더 이상은 자율주행자동차는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기술은 진보하고 있으며, 진보된 기술은 인간에게 신뢰를 주고, 이러한 신뢰는 인간의 사고를 변화시킨다. 우리는 기술, 사회, 사고가 매우 급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과거의 행태와 생각을 고집한다면 이러한 세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진화론에서 제시하는 무수한 증거가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만나본 많은 대학생들은 오히려 나보다도 생각이 고집스럽다. 그 동안의 획일적인 교육의 산물이라 추측하고 있지만, 본인들도 이를 스스로 깨려고 하는 의지가 없다는 점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필자가 강의시간에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초중고에서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주어지고, 대학에서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다루며, 사회에서는 현상만 있을 뿐 문제조차도 없다.”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여 필자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하고 싶다. 세상은 전에도 그러했듯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비하여 변화의 속도가 빠르며 진폭이 크다. 이마저도 가속화되고 있다. 고정된 지식과 사고 그리고 단순한 예측만으로는 이러한 변혁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변화하는 현상을 객관적이고 치밀한 관찰을 통하여 빠르게 인지하고 준비된 지식과 유연한 생각으로 이를 대처하기 바란다. 피하고, 주저하고, 움츠려 들고, 두려워하지 마라. 다가오는 시대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들이다. 종은 주인의 의지를 따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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