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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동쪽의 끝, 울릉도와 독도에서의 2박 3일 탐방기

홀로(獨)지만 외롭지 않은 섬(島), 독도(獨島)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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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31일(금) 오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본교를 포함한 총 10개의 대학교 학우들이 모였다. 다들 초면인 까닭에 어색한 인사를 나눴지만 모두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독도로 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독도수호국제연대 독도 아카데미가 주최한 이번 독도 탐방에는 대학 학보사 학우와 일반 학우를 합친 총 30여 명이 참여했다. 탐방 한 달 전인 2월 22일(수), 우리는 국회에 모여 성공적인 독도 탐방을 위해 출정식을 거행했으며, 대학생의 독도 인식에 관한 토론과 독도에 대한 교육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후 우리는 3월 31일(금)부터 4월 2일(일) 동안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울진 후포항을 거쳐 울릉도, 그리고 독도를 탐방했다. 출발 당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기상 예보에 걱정하기도 했지만 무사히 울릉도와 독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2박 3일간의 독도 탐방을 글로 담아 보았다.

국회에서 독도 탐방 출정식을 갖다

  2월 22일(수), 우리는 국회에 모여 독도탐방 출정식을 가졌다. 이 날은 일본 정부가 1905년 2월 22일(수) 독도를 일본 시마네현으로 편입한 뒤, 이를 기념하고자 시마네현에서 자체적으로 지정한 다케시마의 날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출정식에 모인 학우들의 독도에 가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출정식에서는 독도에 관한 교육과 함께 우리나라 대학생의 독도 문제 인식과 관련한 토론이 열렸다. 토론은 독도 아카데미의 지도교수이자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인 강상호 박사가 진행을 맡았으며, 본지와 동국대 학보사인 동대신문 소속 학우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우리는 토론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생이 독도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이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 한국 대학생의 독도에 관한 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학생의 약 90%가 독도에 대한 일본의 다케시마 지정 및 역사 왜곡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지만, 우리나라의 독도 실효 지배 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약 31%가 모른다고 답했다. 토론을 마치고 우리는 무사히 독도에 가기를 기원하며, 한 달 후인 3월 31일(금)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기로 결정한 뒤 해산했다.

파도를 뚫고 동해를 향해 한걸음

  3월 31일(금) 늦은 밤, 바쁘게 신문사 마감을 끝내고 도착한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타 대학 학우들과 함께 우리를 울진으로 데려다줄 버스 한 대가 마중 나와 있었다. 새벽을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겨 도착한 울진 후포항은 우중충한 하늘 아래 약한 빗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불안함이 가득했다. 이런 날씨에 과연 배를 무사히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과거에도 기상 악화로 인해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다는 단장님의 말씀이 유난히 귀에 크게 들어왔다. 오전 8시 20분, 궂은 날씨에도 다행히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을 수 있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곧바로 찾아온 멀미는 순간 이번 여정에 자원했던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만큼 지독했다. 넘실대는 파도를 뚫고 달리는 배는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요동쳤다. 놀이공원의 바이킹 맨 가장자리에 갇혀있는 기분이었다. 껌을 씹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발밑의 가방에 손을 뻗어보려 했지만, 흔들리는 배 안에서는 이마저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일분이라도 빨리 울릉도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눈을 감자 곧바로 녹초가 된 몸뚱이와 함께 잠에 들었다.

드디어 마주한 우리의 동쪽 끝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힘겹게 눈을 열어보니 곧 울릉도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흐린 날씨 속에 거칠게 몸부림치던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했다. 멀리 잔잔한 수평선 위에 신기루처럼 떠있는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멀미로 고생했던 사람이 비단 우리 뿐만은 아니었는지, 울릉도를 마주한 선내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배가 울릉도에 닿은 후, 다시 육지를 밟았다는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독도로 가는 배에 다시 올랐다. 잔잔해진 바다 덕분에 멀미는 더 이상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출발과 함께 독도에 무사히 발 디딜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가득 피어올랐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종종 접하곤 하는 독도는 생각처럼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독도 내 접안(接岸) 시설에 파도를 막아줄 수 있는 방파제가 없기 때문에, 파도가 조금이라도 높은 날이면 안전 문제로 상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경우, 배를 타고 독도 주위를 도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랜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를 이어 덕을 쌓아야 독도에 겨우 발을 디딜 수 있다는 말까지 있을까. 독도에 가까워질수록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초조함이 맴돌았다. 긴장감 속에 드디어 수평선 끝으로 두 개의 커다란 바위섬이 눈에 들어왔다. 

  동해에 우뚝 솟은 우리 영토의 끝, 독도였다. 간절함이 닿았던 것인지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가 탄 배는 독도에 무사히 접안할 수 있었다.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여기저기 바삐 날아다니는 괭이갈매기도, 평온하게 넘실대는 독도의 바다도 아닌 독도경비대 대원들의 우렁찬 경례였다. 1956년 독도의용수비대로부터 독도 경비 업무를 인수받은 독도경비대는 이후 1개 소대 규모의 병력이 주둔하며 일본 순시선 등의 침범에 대비하고 있다. 오랜 여정 끝에 실제로 마주한 독도는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이라는 노래 가사를 곧바로 떠올리게 했다. 매년 수많은 뉴스 기사에 언급 되고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정작 자신은 망망대해 위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딴 섬. 이것이 처음 눈에 담은 독도의 이미지였다. 사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독도를 쉽게 접해왔기 때문인지, 막상 독도에 진짜 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친숙하지만 낯선 느낌 속에 ‘이곳이 사실 영화 세트장은 아닐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되어 있는 독도는 서도와 동도 커다란 두 개의 바위섬과 여러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동도의 선착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눈앞에 동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보였지만 접근이 제한되어 있었다. 섬의 일부분만을 눈에 담을 수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제한된 활동 반경만으로도 지금 우리나라의 동쪽 끝에 서있다는 사실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촛대바위, 삼형제굴 등 독도의 경치를 눈에 담다보니 어느덧 배에서 승선을 알리는 고동이 울려왔다.

아쉬움을 간직한 채 다시 울릉도로

  20여 분간의 짧고 아쉬운 독도 체류를 뒤로 하고 다시 울릉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독도경비대원들의 경례가 떠나가는 우리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두 시간 여를 달려 다시 도착한 울릉도에서 우리는 독도박물관으로 향했다. 1997년 8월 8일 문을 연 독도박물관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여러 사료들을 정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전시 및 교육 활동을 펼쳐 국민들의 독도 영유권 인식 강화에 힘쓰고 있다. 관람 내내 여러 자료들을 바탕으로 독도 영유권의 당위성에 대해 알리고 있는 박물관의 활동들이, 모든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 모두들 짧았지만 길었던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피곤한 몸을 맡겼다. 대부분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지만 오늘 하루 공유했던 고된 시간과 학보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특별히 누가 주도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모여 간단한 뒤풀이가 벌어졌다. 서로 힘들었던 오늘에 대해 돌이켜보고 독도를 방문하여 마주했던 느낌들을 나눈 뒤, 이어 각자 몸담고 있는 학보사 관련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서로의 기억 속에 오래 간직될 젊은 날의 추억이, 어렴풋이 들려오는 동해의 파도소리와 함께 깊어져 갔다.

울릉도 탐방, 그리고 후포항으로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우리는 섬을 떠나기 전 울릉도 탐방을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새벽부터 계속된 비 때문에 울릉도 풍경을 눈에 담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오랜 기간 섬에 계셨던 버스기사님 덕분에 울릉도의 지형에서 시작하여 주민들의 삶까지, 울릉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찾은 나리분지에서는 울릉도는 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기사님의 말씀대로, 봄이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이 쌓인 주변 산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아침 내내 오던 비가 그쳐 눈 덮인 산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후 우리는 울릉도의 명물인 호박 엿 공장 견학을 끝으로 육지로 향했다. 후포항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문득 1년 중 독도에 갈 수 있는 날은 50여 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궂은 날씨에 독도에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출발했던 첫날부터, 울릉도와 독도에 무사히 도착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았던 둘째 날,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 울릉도의 곳곳을 탐방했던 셋째 날까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독도 탐방은 시작부터 끝까지 행운과 아름다움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배우곤 했던 독도의 경제적·군사적 가치 등을 제외하더라도, 독도 그 자체의 아름다운 모습만으로도 우리가 독도를 지켜야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홀로지만 외롭지 않은 섬, 우리가 본 독도(獨島)는 하염없이 아름다웠다.

김민우 기자 kimsioa@mail.hongik.ac.kr

김정운 기자 rhra0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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