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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일기장

  흔히 기자들 사이에서 S동 211호(이하 S동)은 가장 부담이 없고 일기장처럼 편하게 쓸 수 있는 고정란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다른 기사들보다도 이 코너를 훨씬 더 선호한다. 그러나 지금 기자는 이 S동을 맡기까지 약 2년하고도 1개월이 걸렸다. 사실 빨리 쓰려면 충분히 빨리 쓸 수도 있는 이 코너를 왜 2년이 넘도록 미뤘을까?


  이 마음가짐은 바야흐로 2년 전 기자가 이 신문사에 들어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2015년 3월 12일에 생겨났다. 중학교 때부터 독서 토론부를 필두로 고등학교 때 신문부까지 기자는 나름 ‘문과인’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렇다 보니 형식적인 글쓰기는 아 무렴 다른 또래보다는 자신만만하고도 한 치의 망설임 없었다. 그래, 기자는 글쓰기 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내면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사실 필자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글쓰기가 무서워졌다. 글이 재미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타자의 시선 속 ‘글을 잘 쓰고 늘 상을 받는 아이’라는 기대감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는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형식적인 글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만의 글을 쓰면 나는 분명 ‘글쓰기에 특출한 재능이 있음’이라는 선생님의 한 줄 평에 못 미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고 기자는 조금 색다르게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놈의 ‘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친구들이 들으면 기절할만한 동아리 문턱도 기웃거려봤다. 아, 그렇게 지나가다 C동 신문 거치대를 봐버렸다. 처음엔 신문이라는 단어가 너무 지겨워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곳을 지나쳤지만 이내 뒤돌아서 한 부를 꺼내 들었다. 1면부터가 참 고등학교 때부터 친숙히 봐왔던 기사였다.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이렇게 형식적이고 따분한 글을 쓰는 것에 질렸던 기자가 다시는 이런 곳에 들어갈 리 없지 않은가. 그렇게 방심하고 마지막 면을 보려고 넘기는 순간 기자의 눈은 기가 막히게도 ‘S동 211호’라는 글자를 집어냈다. 당시 이 코너를 쓴 선배의 글은 분명 여지없이 홍대신문이 인생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밝히 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자가 느꼈던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거기서부터 이미 마음의 자물쇠 10개 중 9개가 풀렸던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치 기자가 이 글을 읽는다고 미리 귀띔이라도 받았는지 투박하고 진솔하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넸다. 그 한마디는 비밀이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위로일지 몰라도 기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말이니 이건 영원한 보물처럼 숨겨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기자는 지금 홍대신문 정기자로 활동 중이다. 사실 지금 활동하면서 가끔씩은 그 글을 읽어본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 글은 그때만 큼 기자를 보듬어 주지도 감동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때 당시의 마음을 완벽히 돌려놓았을 만한 대단한 글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닌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필체와 이야기로 영향을 준다는 점 말이다. 기자는 솔직히 그 선배에게 아무런 내색을 안 했지만 같이 활동하는 1년 내내 남모르게 존경과 우수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기자는 이렇게 펜을 잡고 그 대단한 코너인 S동을 써내려가고 있다.


  기자는 사실 다시 두렵다. 그때 그 선배처럼 이 글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에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이것만큼은 꼭 알아줬으면 한다. 이 두려움을 감수 하고서라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차례가 돌아와서 어쩔 수 없이 써야하기도 했지만, 형식에서 벗어나 내면의 글에 미약하게나마 발을 담그려고 노력하는 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그 선배의 글이지만 사실 이제 와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신문사 동기들이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유일하게 얻은 그들과 함께 한 추억, 그리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 기자의 심경변화의 ‘동기’가 되는 이 사람들은 오로지 여기, 신문사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뭔가 성실해지는 내 생활 패턴,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쓰는 기사들, 그리고 거기서 얻어낸 ‘용기’. 마지막으로 소정의 경제적 지원까지. 그렇다. 사실 이 글은 신문사 홍보글이다.

김나은 기자  smiles3124@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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