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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의 계절

윤선인(교육03)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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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교육학과 03학번 윤선인입니다. 2016년 9월 영국의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습니다. 지난 학기부터는 모교에서 강의하며 후배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모교에서 강의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 영광이면서 동시에, 절 추억 속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2003년 입학식 전날 밤 대소동이 떠오릅니다. 그날 저녁, 과대표로 추정되는 이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교육학과에는 입학식 날 신입생 전원이 정장을 갖춰 입고 선배들에게 단체로 인사를 드리는 전통이 있다는 안내 문자였습니다. 집안이 바로 난리가 났습니다. 저에게는 정장이 없었거든요. 한밤중에 아직 영업 중인 옷 가게를 겨우 하나 찾았는데, 안타깝게도 중년 여성복 전문점이었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정장을 한 벌 구입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장을 입고 학교에 갔는데, 막상 정장을 입고 온 신입생은 얼마 없었죠. 그런 전통이 원래 있던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에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거리지만 그때 그 순간엔 참 멋쩍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학부생활을 돌이켜 보니, 전 이곳을 내 것인 적(혹은 내 것일 수)없던 공간으로 기억하네요. 학교 밖 홍대 거리엔 자기주장 넘치는 젊은 청춘이 있었습니다. 용기도, 의욕도, 돈도 없던 난 그 앞에서 매번 초라하다 느꼈던 것 같아요. 먹고살기 바빴다고 하면, 대학생 시늉이나 겨우 하며 산 것에 대한 변명일까요. 학비 빠듯하게 벌어 시간과 공간을 잠시 빌려 쓰던 시절은지나 갔는데, 시간은 지금도 매달 월세 나가듯 꼬박꼬박 빠져나가네요.

  모처럼 잘한 일로 추억하는 것은, 당시 과사무실에 비치된 『시험도 숙제도 없는 학교 서머힐(1993)』이라는 영국의 대안학교에 관한 책을 읽은 일입니다. 그 책을 읽고 너무 감동하여, 서머힐 학교에 손편지를 보냈던 일이 생각납니다. 돌이켜보면 참 엉뚱한 발상이었지만, 이것도 재밌는 추억이에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졸업 후 서머힐에 몇 차례 방문하고, 또 그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진행해보는 기회도 얻었으니, 나름으로는 꿈을 이룬 셈입니다.

  이렇게 과거를 돌이켜 보니, 학부 시절 품었던 꿈과 고민이 떠오릅니다. 나는 누구인지, 뭘 잘하는지, 뭘 배우고 있는 건지에 관한 실존적인 고민도 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앞으로 난 뭘 먹고 살아야 할지에 관한고민도 했고, 또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가 정작 사회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학부 내내 머릿속엔 이런 질문들이 얽히고설켜 저 스스로도 많이 방황했던 것 같네요.그리고 지금, 이 계절에 이르러 나는 여전히 같은 고민으로 떨립니다. 오히려 고민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학우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삶이 너무 빠듯하게 흐르다 보니 이런저런 고민을 할 겨를조차 없는 건 않으신지요? 생각 거리가 가득할 학우 여러분께 전합니다. 함께 나눕시다, 그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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