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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로고(logo)’입니다.사물들의 강렬한 첫인상, 로고

“안녕하세요, 저는 김홍신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저마다의 이름을 말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가장 짧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이름표라는 게 있다. 새 학기 코를 훌쩍이던 초등학생의 가슴팍에 달기도 하고, 빠릿빠릿한 신입사원의 목에 훈장처럼 걸기도 하는 그것. 그렇다면 이번엔 사물을 소개할 때 우리가 무엇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지 생각해보자. 바로 브랜드, 제품을 만든 회사일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물건에게도 우리의 이름표와 같은 이름표가 있다. 바로 로고이다. 같은 운동화일지라도 선 세 개가 그어져 있는지, 날카로운 승리의 상징이 그어져 있는지에 따라 두 운동화를 확연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로고. 이 흥미로운 이름표 속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출처:픽사베이(pixabay)

로고의 시작과 발전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로고란 어쩌면 길거리의 자판기만큼 익숙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집단의 이름은 무엇인지만 입력하면 1분도 채 안 돼 멋스러운 로고를 뽑아내는 무료 사이트도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는 요즘이니, 로고가 우리에게 얼마나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었는지는 이쯤 말해도 충분하다. 로고는 집단의 정체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축약하여 보여주는 첫인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로고(logo)란 상품이나 상업 단체, 즉 회사 등의 조직에 적용되는 시각디자인이라고 설명한다. 문자와 이미지를 이용하여 특정 집단을 표현하는 것. 햄버거 포장지에 노란 엠(M)이 크게 박혀있으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이건 맥도날드의 햄버거구나’ 하듯이 말이다.
  로고의 기원으로 돌아가자면 소나 말, 돼지와 같은 가축의 몸에 주인의 소유임을 증명하기 위해 찍었던 낙인(烙印)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몽골에서는 고대부터 말에 낙인을 찍는 풍습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당시 고대 몽골인에게는 수많은 말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 저마다 다른 모양의 낙인이 필요했다. 이 낙인으로는 주로 문장이 많이 사용되었으며,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부족 단위의 소유물을 구별하는 표식으로 확대되어 자리 잡았다. 한편, 서양에서 로고의 시작은 이와 사뭇 다르다. 영어 로고(logo)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단어(logos)와 인상(tupos)의 뜻이 더해진 데에서 유래한 것인데, 유래처럼 글을 모르던 어린아이와 어른들을 위해 탄생한 ‘이해하기 쉬운 또 다른 언어’가 바로 로고였다. 그래서 로고는 어린아이들에게 언어를 교육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시장에서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알리기 위한 간판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로고의 쓰임새가 여기에서 그쳤다면 오늘날까지 로고의 영향력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로고의 발전에는 중세 유럽의 문장(紋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오늘날 기업에서 사용하는 로고의 형식도 이 시대의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은 왕보다 각 지방에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영주들에게 권력이 분산된 체제였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영주들 사이에서는 더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빈번하였다. 단단한 갑옷과 투구를 착용했던 당시 기사들은 투구 너머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갑옷이나 방패에 소속된 영주, 가문의 대표 문장을 새기기 시작한 것이 소속감과 사기를 북돋아 주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불러일으키며 더 강력하고 웅장한 문장을 사용하여 적군의 기세를 꺾기 위한 장치로까지 사용되기도 하였다.

출처:픽사베이(pixabay)

작지만 큰 힘, 로고의 영향력
로고는 개인의 소유권에서부터 가게의 정체성, 가문과 영주의 상징을 나타내며 발전해왔다. 즉, ‘내 것’이라는 소유의 표시로부터 시작된 로고는 소속감과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상징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당장에 알고 있는 명품브랜드 하나를 떠올려보자. 그 브랜드의 로고만 보아도 이탈리아의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이미지가 함께 떠오를 것이다. 이는 그 브랜드의 생산자는 물론이고 상품을 구매하여 소비하는 소비자에게까지도 이것을 만들었다는, 혹은 이것을 쓰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한다. 더불어 이렇게 남겨진 로고는 독창성(originality)을 표시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인쇄술이 성행하던 유럽에서는 일종의 출판사를 의미하는 각각의 상징을 함께 인쇄하였는데, 이 상징은 진품과 가품을 구별해내는 표시였다. 오늘날 일명 ‘짝퉁’을 구별해내는 것도 바로 이 로고의 정교함이니, 작은 로고의 거대한 힘이 실로 대단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로고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꼽힌다. 기업은 이 로고 하나로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의 사기 증진은 물론이고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고객에게 기업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로고가 설명하는 기업의 정체성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추상적인 이미지의 집합체이다. 애플의 ‘감성적’이고 ‘혁신적’이며 ‘첨단기술적’인 이미지는 어떠한 문장보다 한입 베어 문 사과가 더 잘 표현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출처:픽사베이(pixabay)

다양한 로고의 변천사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우리의 일상 속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로고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7-ELEVEN)이다. 세븐일레븐은 본래 1927년 설립된 제빙회사 사우스랜드 아이스 컴퍼니(Southland Ice Company)였다. 냉장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당시에 세븐일레븐은 가정용 조각 얼음과 함께 우유, 빵, 달걀 같은 식재료를 함께 구비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식료품 가게들이 문을 닫는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바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한 광고업자가 ‘일주일 내내 공휴일 없이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 바로 지금의 세븐일레븐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로고는 1969년에 처음 선보인 디자인으로, 정사각형 안에 붉은 계열의 두 가지 색이 조합된 숫자 ‘7’과 ‘EVEVEn’의 마지막 ‘n’만 소문자로 표기하여 문구의 가독성을 높인 점이 인상적이다. 세븐일레븐의 내부 인테리어는 간판에 사용된 로고의 색상을 그대로 본떠 활용되었는데, 이것이 주황색과 초록색의 줄무늬 간판을 보면 세븐일레븐을 떠오르게 만든 장본인이다.

출처:위키피디아(wikipedia)

  두 번째로 만나볼 로고는 포스트잇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3M이다. 3M은 세 가지 M의 압축된 이름인데 미네소타 채광 제조회사(Minnesota Mining & Manufacturing)의 줄임말이다. 회사의 이름처럼 초기 3M은 연마재 재료인 강옥을 캐기 위해 설립된 회사였으나, 채광한 광물질이 질 낮은 사암으로 판명되면서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만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사업이 마스킹 테이프 발명이었고, 이 제품의 성공적인 출발로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에 이르는 다양한 접착제품이 출시되었다. 3M이 걸어온 길이 다사다난했던 만큼 3M의 로고 또한 큰 변천사를 겪어왔는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로고의 형태는 1978년 뉴욕의 디자인 전문회사 시글 & 게일(Siegle & Gale)의 손을 거쳐 탄생하였다. 이전까지 3M의 로고는 지금의 깔끔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갖가지 형태를 거쳐왔다. 오늘날 3M의 로고는 단순하고 간결하다는 특징과 함께 강렬한 빨강을 기업의 컬러로 삼아 유행과 상관없이 장수를 누리고 있다.

출처:위키피디아(wikipedia)

이름만 가지고 한 사람을 추측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둥글둥글한 이름을 가진 이는 왠지 모르게 순한 미소를 가진 사람일 것 같고, 날렵한 이름을 가진 이는 똑똑한 지성을 겸비한 사람일 것 같은 근거 없는 믿음이 생기는 그런 추측 말이다. 이렇게 이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하디흔한 것인데도 저마다 다른 확실한 인상을 새기곤 한다. 오늘 하루 당신이 스쳐 지나온 수많은 사물의 로고들은 당신에게 어떤 첫인상을 남겼는가.

 

<참고자료>
「이안나 교수의 몽골인의 생활과 풍속⑧」, 2008
『로고 라이프 (로고는 살아있다)』, 론 판 데르 플루흐트
두산백과 ‘로고(logo)’

윤예본 기자 yoon99@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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