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1.23 목 18:36
상단여백
HOME 인터뷰 12면 인터뷰
풍물마당 노둣돌 유인녀 단장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소리를 전파하는 국악인

  ‘쿵덕쿵덕’ 신명 나게 울리는 국악의 소리에 우리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한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 내면의 소리, 자연의 소리를 담아 우리 민족의정서를 조화롭게 나타내는 국악은 언제 들어도 흥겹기만 하다. 바로 여기, 우리의 소리를 세계 속에 알리고자 노력하는 멋진 국악인이 있다. 풍물마당노둣돌의 유인녀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노둣돌이란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중국 순회공연, 미국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세계 속에 국악을 알리고 있다. 말을 타거나 내릴 때 딛는 큰 돌을 가리키는 노둣돌은, 풍물의 기초가 되는 마당이 되자는 마음을 담아 붙여진 이름이다. 노둣돌은 ‘제5회 인천 풍물경연대회 우수상’, ‘제13회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 버금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청소년 풍물단으로 발돋움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세계 속에 우리의 음악을 알리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와 함께 신나는 우리 가락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Q. 타 국악단과 달리 노둣돌의 공연단원은 모두 청소년으로 구성되어있다. 아무래도 전체적인 기량 면에서 성인공연단과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공연단원을 청소년만으로 구성하는 이유가 있는가?

A. 국악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한동안은 내가 직접 공연하는 무대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며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소리를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뿌리와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가 무대에 오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998년, 6, 7살 아이들 몇 명과 함께 노둣돌이란 꿈을 쏘아 올렸다. 사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거나, 성인의 기량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둣돌’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경험하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며 성장하고,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책임감을 배우는 것이 결국 개개인의 기량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꾸준히 지역노인시설 및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받는 것에만 익숙해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문화의 현장에서 소외된 우리의 이웃을 찾아 공연으로 봉사함으로써 그들이 나눔의 행복을 느끼며 인격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장려 하고 있다.

Q. 성장기 아이들을 노둣돌과 함께 성장하게 하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는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노둣돌을 운영해 왔다고 들었다. 근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A. 사실 처음 6, 7살 아이들 몇 명과 함께 노둣돌을 창단했을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 모두 나를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키가 작아 발 받침대 없이는 악기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아이들이 어느새 악기를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열심히 악기를 두드리며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멋지게 성장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참 대견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내가 달려온 이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우리 아이들이 하나씩 증명해 주고 있기에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물론 힘들었던 시간들도 분명 존재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시간은 제한적이고, 학생들은 점차자신의 앞에 놓인 수많은 학업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강요받는 사회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경쟁을 포기하고 외면하라고 할 수는 없다. 때문에 늘 마주해야 하는 이별의순간은 매번 찾아오고, 그때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와함께 잘 성장해 준 노둣돌 친구들을 보면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게 된다. 앞으로도 노둣돌이 세상에 지치고 힘이 들 때 언제라도 찾아와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Q. 청소년의 성장기를 함께 한다는 노둣돌의 운영방식을 보면 젊은 세대에 대한애정이 큰 것 같다. 청소년들을 대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철학이 있는가?

A. 사실 이렇다 할 특별한 철학은 없다. 그러나 아이들을 대하기 전 항상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노둣돌의 가장어린 단원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 아이에게 보인 행동과,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이 어떠냐에 따라 그것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나부터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한다. 결국 아이들은 나로 하여금 매일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하게 하는 신선한 자극이자 울타리인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하려고 노력한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나의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그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힘든 현실을 겪을 아이들에게 나만이라도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를 보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다.

Q. 여러 차례의 중국, 미국 공연을 통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의 소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속에서 우리 국악은 어떠한 위치에 있고,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A. 아직까지 하나의 위치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 이것이 우리를 더욱 고무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여러 곳에 공연을 다니며 우리음악을 접한 외국인들이 호기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볼 때, 찬란하게 빛나는 우리 음악의 내일을 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제 강점기시대 징병으로 끌려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우리 민족의 2, 3세들 앞에서 공연을 했을 때, 세계에 우리의 소리를 알리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태어나서처음으로 고국의 음악을 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공연에 빠져 든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얼굴은 행복에 겨워 웃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Q.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교육자로서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학생들, 혹은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힌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젊은이들에게 특히 녹록하지 않은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누군가 짜놓은 틀 안에서 허덕이다 보니 언제나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1900~1980)이라는 사회학자의 『소유냐 존재냐』(1976)라는 책에선 사람의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눈다. 어떤 사람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소유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보람과 가치를 추구하면서 산다고 한다. 덧붙여 인생의 참된 기쁨은 무엇을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깨달으며 사는 삶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소유에 집착하기보다 삶의 이유를 찾아가며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반문해보기를 권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무조건적인 소유가 삶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쫓기지 않을 것이고, 조금은 여유를 갖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가능하다면 혼자이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누구나 태어나면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러니 이왕이면 보람과 가치에 무게를 두고 살아가길 바란다.

조재형 기자  cjhpmk001@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