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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불어불문학92) 동문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의 길을 여는 언어치료사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녀 한 명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아동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부모로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올바르지 못한 자녀 양육 방식을 가진 경우도 많으며, 바빠진 일상으로 인해 가족 간의 교류가 떨어져 유대감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부모와 자녀 간의 문제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관도 많이 존재하는데, 이주현 동문은 본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언어병리학 석사과정을 밟은 뒤에 언어치료사로서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대학연구소와 병원 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그녀는 언어재활사 1급 자격을 취득한 치료사로서, 현재 공감 아동발달센터에서 원장으로 근무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언어치료라는 영역과 아동발달센터의 개념이 생소하게 다가온다. 어떠한 분야인지 알고 싶다.

A. 흔히 ‘언어치료’라고 하면 말을 더듬는 것 을 치료하는 것만 떠올릴 수도 있으나 그렇게 간단한 분야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언어 지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단어를 발화하는 조음 방식이나 말의 유창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언어와 관련한 문제를 탐구하는 영역이 언어병리학이며, 이를 토대로 언 어발달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돕는 일이 바로 언어치료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아동발달센터에서는 위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동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한다. 아동발달센터에서는 앞서 언급한 언어치료뿐만 아니라 인지학습치료, 심리치료 등 다양한 특수 교육을 제공하여 아동의 장애를 개선하는 일을 한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경우 이외에도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동 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어 폭력성을 띄거나 다른 이유 등으로 양육자 혹은 주변인과 아동 사이에 불화가 발생할 때도 관련된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다.

 

Q. 심리와 장애를 치료한다는 점에서 굳은 의지와 사명감이 필요할 것이다. 어떠한 신념으로 일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A. 대학에 재학 중일 때, 지도교수님으로 부터 언어병리학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받게 되면서 언어병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언어병리와 관련한 학과가 국내에 전무한 상황이어서 유학을 떠날 결심을 했었으나 이화여자대학교에 대학원 과정으로 설치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대학 원 진학을 준비하며 언어치료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특별한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임상을 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특별한 직업적 만족감을 얻었고, 이에 맞는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언어치료사에게 필요한 자격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 한 사람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일이기에 올바른 전문지식과 사명감이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방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로서 임상 시 양육자와 아동은 치료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그것이 그대로 아동에게 영향을 미쳐 나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부 아동의 경우에는 시선을 맞추는 일도 어렵고 상담 기간 내내 답변이 없는 경우도 있어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언어치료는 개선 결과가 바로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일에 관한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사명감이 없다면 길게 버티기 힘든 일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교류가 늘어나고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기도 하다.

Q. 오랫동안 관련 업종에 종사하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

A. 맨 처음 만났던 아이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대학생 연령대인 아이로, 그때 나는 대학원을 마치고 나서 얼마 되 지 않았던 때였다. 당시 일하던 곳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방문하는 센터였다. 담당한 아이는 18개월 된 여아였는데, 기저귀가 몸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작은 아이를 난생 처음으로 맡게 되었다. 아이는 낯을 가리는 지 내 얼굴을 볼 때 마다 울음을 터트렸다.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심각한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어 언어치료에 더욱 어려움이 컸었다. 따라서 말로 하는 소리 대신 아이를 품에 꼭 안은 채 말의 진동이 전해질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계속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품에 안아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아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품 안에서는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그렇게 다른 것은 하지도 못하고 첫 번째 시간이 넘어갔다. 두 번째 시간이 찾아왔고 다시 그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울지도, 칭얼거리지도 않은 채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장애가 없는 아이들보다 언어적 능력이 빠르게 발달했고, 나중에 가서는 일상적인 대화가 무리 없어 남들이 장애 사실을 모를 정도로 발전했다. 진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면 누구에게나 전달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였다.

 

Q. 장애의 치료시기를 놓쳐 사회적인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옛날에는 오히려 학교에서 장애 치료를 받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해 만류하는 때도 있었다. 장애의 개선은 사회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타인의 일이라고 방관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가 장애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발달장애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 한다. 양육자의 경우에는 옛날처럼 장애 사실을 쉬쉬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심리적인 이유로 언어 장애를 가지는 사례도 많고, 이 경우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문제의 원인을 살피고 해결방안을 찾을 때 가장 빠르게 증상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함을 기억해야한다. 언어 장애의 경우에는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으나, 심리 장애의 경우 양육자가 자신의 잘못일 수 있다는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 치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덮어두고 있다가 나중에 학교 폭력 등으로 문제가 심각하게 발현되었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게 예방주사를 거르지 않고, 작은 질병에도 병원에 찾아오듯이 심리적인 장애의 징후가 보인다면 바로 전문가를 찾아오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지원할 새로운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학우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한다.

A. 우선 여러분의 젊음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젊은 시절 나의 진로에 대해 수차례 방황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나중 에 무엇을 할 것이란 생각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아 섬에 홀로 남겨진 것과 같은 막막함을 자주 느끼고는 했다. 그 당시에는 꽤 괴로운 일이었지만 지나고 난 뒤 돌아보면, 그렇게 고민을 깊게 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느껴진다. 어떤 것을 갈구하고 진로를 찾아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분도 이런 괴로운 시간이 흘러갈 테니, 자신의 진로에 대해 조금 힘들더라도 찾아보길 바란다. 분명히 좋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정재림 기자  (bigheadjerry96@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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