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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영, <공간의 기원 79-3>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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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로 단일했던 1970년대 방법론에서 이를 부정하는 듯한 새로운 방법론을 들고 나온 작가들이 있었다면, 아마 형상을 그리는 작가들일 것이다. 70년대 중후반부터 나타난 그리기 작업은 당시 추상화의 주류적 노선 속에 미술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들은 그림에 표현되는 형상을 ‘오늘의 모습을 깨닫고 드러내 주는 사고와 방법’으로 의식 하였다. 물론 이들은 어떤 통일된 세력권을 형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념을 화면으로 옮기는 것에만 빠져가던 회화를 본질적으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재확인 하는 것을 통해 주출하겠다는 의식에 있었던 공통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수가 많은 전환기적 분위기였던 1970년대 말, 형상은 어느 그룹들에서 엿볼 수 있어서 통일된 이념에 의한 단일한 그룹은 아니다. 시각의 정직성이 갖는 상호 공감의 연대로 모인 그룹이었다. 본교 회화과를 졸업하고(1972) 현재 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화가 한만영은 그 안에서 개별적 영역에서 독특한 독자성을 가지고 창작 작업을 지속했다. 작가는 1972년 ‘앙대팡당전’을 시작으로 1978년 ‘형상 78전’, 1979년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 1981년 제16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1983년 ‘11인의 형상전’, 2004년 ‘현대미술의 시선전’ 외 다수 전시에 참여하였다. 작품 <공간의 기원 79-3>에서 그는 미술사에 기억되는 신고전주의 거장인 앵그르의 그림 중 요염한 여인의 자태가 두드러진 <노예곁에 누워있는 오달리스크>의 이미지를 본인의 화면에 끌어들여 화면에 재구성 하였다. 상단에 무중력상태에 떠있는 듯한 우주인은 단색조로 표현하고, 과거의 고전작품에서 빌어온 여인의 이미지는 부드러운 색감을 사용하면서,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소멸되듯 색감이 흐려진다. 과거의 대상에서 현대의 대상사이의 간극에 선명한 나비의 이미지는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내가 그리는 그림 속에는 분명히 또 하나의 그림이 종첩되어 있다. 이미 보아왔던 명화들, 그것은 나의 화면 속에서는 한낱 장치물일 뿐이다.(...)결국 내가 의도하는 것은 장치물이 아니라 그것이 배치됨으로써 조성되는 공간성의 조화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이상의 언급은 작가가 실질적으로 왜 작품복사를 고집하는지 설명해 준다. 한마디로 작가는 ‘공간성의 조화를 실현할 목적으로 그림속의 또 하나의 그림‘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캔버스 화면의 조화는 지각적 특성을 띠고 함축성을 가진다. 또한 시간과 공간, 사실과 해석, 독창성과 재창조성의 문제와 연결하면서 그림의 원래적 의미와 현재적 의미간의 차이점과, 그 결과로서 추출되는 자신의 작품에 관한 개별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에게 있어 고전작품은 전혀 낯선 공간속에 조합되어 초현실적인 공간이 연출됨으로서 복제를 통한 창작의 국면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용방식은 말 그대로의 베끼기가 아니며, 그렇다고 고전을 흉내내어 전통미술의 영화를 다시 느껴보자는 그러한 복고적인 성격의 것은 더욱 아니다. 과거를 되살려 보여주고, 현재라는 상황과 병치시키는 화가의 시도는 공간을 상기하고 작가에게서 재해석 되어 나온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빌어온 이미지인 동시에 창조된 예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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