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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속 현대미술, 과거를 뚫고 나와 우리의 감각을 두드리다.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소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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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금)을 시작으로 약 3개월간 항상 같은 자리에서 과거의 시간과 역사를 간직해 온 덕수궁이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을 찾아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와의 공동주최로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이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빛·소리·풍경>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9명의 작가는 ‘대한제국시기’를 모티브로 과거의 전통적 공간, 덕수궁에 사운드, 영상, 설치, 미디어 등의 현대적 매체를 접목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전시는 덕수궁 중화전 동행각에서 시작된다. 장민승과 양방언 두 작가의 만남으로 완성된 <온돌야화(溫突夜話)>는 20세기 초 대한제국의 모습을 담은 영상작업으로, 작품은 당시 사람들의 시선이 담긴 자료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들에게 생생한 감각으로 과거를 상상하게끔 한다. 다음 작품은 석조전으로 이어진다. <딥 다운-부용>에서 김진희 작가는 전자기기를 해체·재조립하여 설치함으로써 그 공간만이 가지는 특수한 장소성에 주목한다. 같은 석조전에 위치한 정연두 작가의 <프리즘 효과>는 대한제국 말기 역사에 대해 마치 프리즘과도 같이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각기 다른 시점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가 보여준 다양한 관점의 가능성은 다음 작품과도 연결된다. 석어당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의 풍경>에서 작가는 덕수궁이라는 같은 공간을 근대와 현대가 뒤섞인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 덕홍전의 강애란, 임수식 작가는 모두 ‘책’이라는 소재에 주목한다. 강애란 작가는 빛이 나오는 디지털 북을 통해 가상의 황실 서고를 재현하였으며, 임수식 작가는 개인의 책장이 인문학적 초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과거 고종황제의 책가도를 사진 형식의 이미지로 재구성하여 병풍 형태로 제작하였다. 바로 옆 건물, 함녕전에 위치한 이진준 작가의 작품은 고종황제가 승하했던 장소인 함녕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대한제국의 황제로서가 아닌 무력감, 불안감 등의 감정을 느끼는 한 개인으로서의 고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의 끝에는 오재우 작가의 <몽중몽>이 자리하고 있다. 관람객은 VR기기를 통해 근대기 덕수궁에서 품어졌던 여러 꿈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덕수궁에서 맞이하는 현대미술은 갑작스럽게 과거를 뚫고 나온 시간의 한 조각과도 같아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수궁 속 낯설었던 매체들은 이내 덕수궁 곳곳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들을 모아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으며, 우리에게 그간의 역사를 불러일으킨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아래, 과거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지금의 우리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기간: 2017년 9월 1일(금) – 2017년 11월 26일(일)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시간: 9:00-21:00(화-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덕수궁 입장료 1,000원 소지자에 한하여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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