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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으로, YTN 사회부 기자

박서경(영어영문10)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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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짧지만은 않았다. 3년의 기자 생활이 이제는 막을 내리고 있었다. 기자가 알지 못하는 동문을 찾아 헤매며 어떤 말을 해야 인터뷰를 승낙해주실까 한 자 한 자 고민하며 메일을 보내던 것도 벌써 까마득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언제쯤 끝이 날까 하던 것이 정말 끝을 보이고 있었다. 기자의 대학생활 전반을 이루던 것이 곧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모를 착잡함과 동시에 끝에 대한 책임감이 몰려왔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며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이번 인터뷰를 9월이 다 되어가도록 아껴두고 있었다. 우연히 취업진로지원센터에 등록된 멘토들을 둘러보게 되었다. 수많은 기업 사이에서 ‘기자’라는 이력은 단연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연히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자는 또 다른 기자, 박서경 동문을 만날 수 있었다.

동문을 만난 것은 법원과 검찰청이 위치한 교대역이었다. 동문은 졸업 후 YTN에서 사회부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는 법원에 출입하며 국정농단과 관련한 재판들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한 기자로서, 또 한창 그 길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한 학생으로서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문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기자를 꿈꿔왔다고 했다. 정확한 계기는 없었지만 늘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며, 매 상황에 대해서 주체적이고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는 기자의 역할이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바람과 부딪히며 영어영문학과를 진학해야 했지만, 끝까지 기자라는 꿈을 놓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도 대외 기자단 활동 혹은 아르바이트이더라도 언론과 관련된 일을 주로 했다. 최대한 자신이 꿈꾸는 위치에 가까이 다가가고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자 한 것이다. 동문은 졸업 후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으며 바로 다음 해 YTN에 기자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학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그녀는 이러한 조언을 전한다. 어떠한 일을 하고 싶다면 그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꿈에 대해서 외부의 영향으로 혹은 순간의 기분으로 결정 내리지 말고 그 근처라도 가서 어떤 직업인지 실제로 보고 또 경험해보며 계속해서 그 꿈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그녀는 본교 특성상 같은 계열을 준비하는 선배를 찾아보기가 어려워 조언을 구하기 힘들었다며 아마도 비슷한 답답함을 가지고 있을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니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언론계열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른 기자들과 모여 ‘신통방통’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동문은 한 성폭행 사건을 떠올렸다. 그녀는 취재를 하며 피해 여학생의 아버지와 항상 연락했다고 한다. 그녀는 거의 매일같이 전화 를 하며 피해 학생의 아버지와 서로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주고받았다. 취재한 바를 대중에게 전하는 기자로서 한 사람의 용기가 가십거리가 되어버리지 않도록, 혹여나 자신이 내뱉은 한마디로 인해 피해자가 상처 입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동시에 뜨거운 가슴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는 동문의 모습은 매너리즘에 빠져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는 기자를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한 때는 취재에 대한 열의를 다시금 다짐했던 학보사 한가운데 위치한 ‘냉철한 이성, 뜨거운 가슴’이라는 문구를 어느덧 그저 ‘오글거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자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일하는 환경과 나이는 다르지만 같은 3년 차 기자를 만나 같지만 또 다른 많은 자극을 받았다. 학보사 생활 3년의 끝은 영원한 엔딩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곧 2막이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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