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명이라는 말을 ‘당연함’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네 운명이야.’와 같은 관용구는 운명을 우리에게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법칙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깨버리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주체적인 인생을 영위할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운명을 벗어나는 것은 무엇이며, 이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이번 COS에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2011)과 〈할라〉(2019)를 통해 기존의 운명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으려 했던 용감한 항해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 1849~1924)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작가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렸다. 영국의 맨체스터(Manchester) 빈민가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네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가 경영하던 철물점을 팔아 온 가족과 미국의 테네시주(Tennessee)로 이주했다. 이후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잡지에 짧은 글을 실었고, 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렇게
“시간의 법칙은 견고하다. 앞으로만 흐르며 절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기억이다.” 드라마 (MBC)의 주인공 ‘이정훈’은 기억을,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말했다. 이처럼 기억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이번 COS에서는 기억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을 살펴보며, 나에게 기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기억을 왜곡하다] 영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의 진입장벽은 높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정신 이상자’라고 취급하며 정신과에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신질환 환자를 ‘이상하거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정신과 질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점차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유명인들의 정신과 진료 사실 고백과 정신건강 상담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은 대중으로 하여금 정신 질환자만 정신과에 가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 정신과를 찾
우리는 서로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때로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 다투기도, 결국은 돌아서기도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지금,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종을 초월한 공존을 그린 영화 (2023), (2013), (2000)를 통해 알아보자. [물불을 가리지 않았더니?] 안개 덮인 바다, 한 불 원소 부부는 ‘엘리멘트 시티’ 행 배에 몸을 싣는다. 물, 흙, 공기 3개의 원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떠한 대상에 꽂혀 마음을 쏟게 된다. 그 대상이 아이돌이건, 배우이건, 영화이건, 책이건, 혹은 주말이면 지갑을 탈탈 털어서라도 가야만 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든. 무언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눈은 항상 빛난다. 이번에 소개할 세 영화는 모두 ‘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좋아했던 마음을 후회하는 이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무모하게 도전하던 이도, 이 모두가 무언가를 사랑하고, 사랑했고 또 앞으로도 사랑하면서 살아갈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이지만 그 형태와 빛깔은 제각기 다르다.
(1995~1996)부터 (1997)까지 이어지는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방영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매일 새롭게 재창조되고 있다. 난해한 줄거리와 복잡한 설정, 이에 따른 다양한 해석은 여전히 마니아들에게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1960~)는 최근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마지막 편을 공개하며 에반게리온 관련 작
예술을 주제로 한, 예술가가 주인공인 영화는 무수히 많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를 꿈꾸다 마침내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르거나 큰 실패를 맛본 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예술가만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평범한 이 역시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별것 아니라 여겼던 일상 속 사소한 순간마저 예술이 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세 작품은 자신의 의지로, 혹은 예기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평범한 하루를 예술로 가득 찬 하루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제폭탄을 삼킨 남자]“영화감독이 영화를 찍어야지!”여기, 작은 마
다정하고 온화한 부모님의 지원, 언제나 바른길로 인도해 주시는 인생의 선생님, 말 못 할 사정까지 믿고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들, 그리고 그 속에서 단단하게 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성장 이야기는 이럴 것이다. 그러나 엘리자 히트먼 감독은 10대 청소년들이 고군분투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거나 감동적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본 어린아이들의 몸부림은 처절하지만, 영화에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고난과 역경, 그 끝에 온전한 성장이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엘리자 히트먼 감독의
유령은 외로운 존재다.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남겨졌다. 손을 뻗어 무언가를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으며, 사람들에게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즉 유령은, 극복할 수 없는 장벽에 의해 생자로부터 분리된 존재다. 타인과의 연결을 바라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으며 오히려 부정당하고 미움, 두려움을 받기까지 한다. 독일의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Christian Petzold, 1960~)는 그만의 독특한 문법과 미학으로 현대 유럽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어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주로 1990년대 이후 독일 예술영화계에 등장한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상처는 어떤 특정한 기억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인 환경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중요한 건, 몸에 난 상처가 약을 바르고 기다리면 나을 수 있듯이 마음에 난 상처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와 관계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유진과 유진』,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이 두 책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우리 삶을 얼마나
‘내가 잠든 사이 장난감이 살아서 움직이지 않을까?’ 어릴 적 우린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우리의 상상을 실현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시리즈다. 시리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의 대표작으로, 1995년 시즌 1을 시작으로 2019년에 시즌 4가 개봉했으며 현재 시즌 5가 제작 확정된 상태다. 애니메이션 는 어떻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연령을 아우르는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