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연인이 나를 사랑했던 이유가 자신이 사랑하던 누군가와 내가 닮았기 때문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 (1999)의 여주인공 ‘히로코’는 사고로 죽은 약혼자가 자신을 사랑했던 이유가 자신이 그의 첫사랑과 닮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 고통스러워한다. 물론 약혼을 결심할 정도라면 남자도 히로코를 사랑하긴 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히로코를 처음 마음에 담은 이유가 단지 첫사랑과 닮았기 때문이라면, 그 시작은 익숙함에서 오는 착각은 아니었을까?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익숙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 봄바람을 타고 여기저기서 사랑이 싹트는 요즈음, 주변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는 참 흔하지만 현실에서 성립되기는 어렵다. 세상 모든 사람들 중 내가 그를 좋아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 중 그가 나를 좋아할 확률. 서로가 적절한 시기에 만나 같은 시기에 사랑에 빠질 확률. 인간이라는 하찮은 존재가 가늠할 수도 없이 커다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부터 신비로운데, 그게 성립할 확률까지 고려한다면 사랑을 ̒인간에게 내려진 최고의 기적 ̓이라 부를 만하다.우리의 기적은 연인
당신은 작은 나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고 타 주었다. 당신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조금 자라고 난 후였다.어느 밤에는 문 너머에서 나를 향한 사랑 고백이 들려온다. 내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잘하고 있고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다고. 내 방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레 나의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물기 어린 목소리로 나는 나의 다짐을 전한다. 잘 살겠노라고.오랜 기숙사 생활로 잊고 있던 새벽 인사를 이제 안다. 자고 있으면 쓰다듬는 손길, 볼이나 이마에 가볍게 하는 입맞춤이 느껴
“당신의 생애를 들려주세요.”라는 질문 하나로 모든 연구가 시작되는 학문이 있다. 이 마법의 질문은 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재구성하는지 보여준다. 삶의 주체로서 한정된 기억에 규칙과 서사를 부여, 이를 언어로 재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연구에 포함된다. 구술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생애를 이해하는 학문, ‘구술생애담’이 그 주인공이다.구술생애담은 보다 보편적인 구술사, 생애사와 달리 사적(史的) 층위가 아닌 담적(譚的) 층위로 접근한다. 개인의 기억을 역사적 사실과 비교, 문헌 밖의 사건에 주목하는 것이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헤어짐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에 필자가 직접 기르던 콩나물과의 헤어짐이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식물을 오래 살리지 못하는, 재배에는 재능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도 그 콩나물은 신기하게도 꽤 오래 버텨주었다. 그 당시 그 콩나물을 정말 고마운 친구이자 필자가 낳은 아이처럼 애지중지 대했다. 빛을 보지 않도록 검은 비닐봉지를 잘 덮어주고, 때마다 물을 부어주었다.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물을 줄 때만 콩나물을 조심히, 그리고 예쁘게 들여다보는 인내심도 갖췄었다. 그 콩나물이 자란다
햇살의 강렬한 입맞춤에 눈이 부시고 매미의 노래가 귓가에 고여 멍멍한 여느 때의 한여름, 필자는 친한 친구와 LA를 다녀왔다. 약 1년 정도 경비를 모으며 계획한 주체적인 첫 해외여행이었고, 이것만을 바라보고 봄학기를 달린 우리는 종강하고부턴 여행 준비에 매진하며 방학을 보냈다. 마침내 8월 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11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태평양 건너편, 축복받은 땅 위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우린 먼저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로 이동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내려서 본 보랏빛 하늘과 트럼프 호텔은 우릴 영원히
를 부른 가수 설연아(설연아 씨의 본명은 설채원이나 최근 설연아로 예명을 정했다고 한다) 씨가 를 부른 사연도 매우 특이하다. 설연아 씨는 우연한 기회로 홍대 앞을 지나면서 홍대와 홍대거리에 매료되어 그때부터 틈만 나면 홍대 앞으로 가게 되었고 홍대 앞을 갈 때마다 홍대를 들르는 일이 잦아졌으며 어느새 홍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텄다고 한다. 특히 홍대의 클린 캠퍼스를 보며 크진 않지만 잘 다져진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홍대를 주제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행사 축하곡으로 가수 설연아 님의 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반짝이는 네온싸인 돌아가는 젊음의 밤거리흔들리는 이 내 마음 그 느낌 가슴 적시네바람불고 비가 내리고 하염없이 젖어드는 밤이 거리에 취해 보는 밤 오늘도 홍대 앞에서반짝이는 네온싸인 다시 찾은 추억의 밤거리흔들리는 이 내 마음 그 추억 가슴 적시네바람불고 비가 내리고 하염없이 젖어드는 밤이 거리에 취해 보는 밤 오늘도 홍대 앞에서바람 불고 비가 내리고 하염없이 젖어드는 밤이 거리에 취해보는 밤 오늘도 홍대 앞에서오늘도 홍대 앞
올봄 새 학기를 맞이했을 때, 꼭 새로 입학한 새내기가 된 것만 같았다.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하게 된 첫 학기였기 때문이다. 20학번으로 대학생이 되자마자 코로나19를 맞이했고, 2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당시에는 본가가 학교와 가까워 가끔 캠퍼스 근처에 가보기도 했지만, 학생 없이 황량한 캠퍼스와 썰렁한 빈 강의실 뿐이었다. 지난 2022년에는 휴학 후 인턴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그저 대학 생활을 궁금해 할 뿐이었다.5학기만에 맞이하는 첫 대면 대학 생활은 낯섦으로 가득
필자가 중학생이 되었을 적, 기초생활수급자인 초등학생이 비싼 돈까스를 먹었다는 이유로 괘씸하다는 글을 보았다.약자는 매 순간 순종을 강요받는다. 선할 것을 강요받는다. 욕심을 부릴 자격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매 순간 상기하라고 강요받는다.로스쿨 학비가 몇천만 원에 달하고, 대학 입학금이 400만 원을 웃도는 사회에서 혹자는 말한다. 돈이 없으면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가난하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들은 이미 노력해 왔을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열등감을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1. ‘생각을 하는 것’과 ‘생각이 드는 것’. ‘사유’가 전자고 ‘직관’이 후자라면, 직관이란 결과만 의식에서 포착되는 사고이고, 사유란 과정부터 결과까지가 모두 포착되는 사고이다. 그러나 사유의 과정은 직관에서 비롯된, 직관을 보강 또는 반박하는 또 다른 직관의 연쇄가 아닌가? 그런데 직관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 아닌가? 뇌의 한 부분에서 직관이 발생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이를 인식한다. ‘모든 것을 회의하고, 생각하는 나의 존재만을 확신한다.’에서의 ‘나’는 단지 인식자로서의 ‘나’이다. 이로써 ‘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다들 '중꺾마'를 기억하는가. 작년 12월, 우리나라는 월드컵 응원으로 하나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사람들은 왜 스포츠에 열광할까. 필자는 야구와 축구를 좋아한다. 야구 시청과 축구 시청은 필자의 취미이다. 보고 있으면 그냥 재미있다. 스포츠를 즐기는 것 말고도 영화나 드라마 감상, 연극이나 뮤지컬 관람 등 많은 취미생활이 있는데 나는 왜 스포츠가 제일 재미있을까.스포츠는 사실적이다. 영화나 연극 같은 경우는 그 반대로 허구다.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