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新海誠, 1973~) 감독은 (2022)의 개봉으로 재난 3부작을 완성했다. (2017), (2019), 은 모두 재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감독은 위 영화들을 통해 재난을 막아내거나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을 향해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기자는 감독의 작품에 위로 받은 관객 중 한 명으로서 영화가 사실적이지만 환상적으로 담아낸 도쿄를 찾아 가기로 했다. 미야미즈 히토하: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結び)
여기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보는 능력을 타고난 한 사람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안은영’, 목련고등학교의 보건교사다. 방금 말한 젤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먹는 젤리가 아니다. 그건 사람의 감정일 수도, 누군가의 흔적일 수도, 죽은 자의 영혼일 수도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두 무슨 헛소리인가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이 젤리를 빼놓고 은영의 인생을 이야기할 순 없다. 총 6부작으로 이루어진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2020)은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안은영의 인생
사람은 누구든 자신만의 목표가 존재한다.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말이다. 또한,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마다 노력한다. 다만,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한 사람들에게는 역경이 따르기 마련이다. 갖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이뤄낸 사람들에게 우리는 찬사를 보내곤 한다. 여기,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오직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한 청년이 있다. (JTBC)의 ‘박새로이’라는 청년이다.한때 경찰을 목표로 했던 박새로이. 그러나 그의 인생은 전학과 함께 크게 요동친다. 전학 온 첫날, 그
“1961년 5월 16일, 한 무리의 군인들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 세력은 제3공화국을 출범하는 한편, 한국 최초의 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를 설립했다...(중략)... 남산에 자리한 중앙정보부는 그 존재만으로 공포의 대상이 됐다. 대한민국의 2인자로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장들을 사람들은 ‘남산의 부장들’이라 불렀다.”영화 (2020)의 시작을 알리는 자막이다. 영화는 10·26 사태가 발생하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사실을 기반으로 각색해 다룬다. 10·26 사태는 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경 서
기구하다. 어느 인간의 삶이 이토록 기구할 수 있는가? 『김약국의 딸들』(1962)을 읽는 내내 기자의 머릿속을 지배한 감정은 연민을 뛰어 넘은 불편함이었다. 6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인 작가 박경리(1926~2008)의 『김약국의 딸들』 ‘김약국’과 그의 다섯 딸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의 하루하루를 그려 다분히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행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의 일생은 어떤 의미로 ‘판타지’였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그 가족의 이야기에 기자는 자꾸만
서울의 공기는 참 다양하다. 작년 2월 말, 기자는 본격적인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가끔 놀러 오던 이곳이 이젠 마음 붙여야 할 곳이 된 것이다. 배정받은 기숙사 방에 짐을 풀었다. 건물에선 한강이 내려다보였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감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가 즐비했다. 화면으로만 보던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기도 하고, 깜깜한 밤에도 사람들은 반짝이는 모습을 하고 이곳으로 몰렸다. 기자는 오묘한 설렘에 휩싸였다. 설렘을 가지고 바라본 서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에너지가 느껴졌고, 매번 기분 좋은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또 어떤
김종관 감독의 은 7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총 5개의 에피소드에서 5곳의 장소와 5명의 인물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창석은 자신이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런 창석에게 작중에서 아무도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김종관 감독이 『씨네 2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반어적인 의미가 담긴 제목이다.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 여러 의문점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답한 이유다. 창석과 그와 대화를 나누는 모든 인물은 영화 내내 ‘
우리는 종종 SNS를 통해 세상에 우리를 드러낸다. 그리고 SNS는 우리를 모르는 사람과 연결해주기도 한다. 때로는 SNS에서 만난 인연이 일상에서 만난 인연보다 흥미롭고 소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 뒤늦게 사춘기가 온 아저씨가 있다.프랑스에서 낡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테판’은 장성한 두 아들을 둔 아저씨이다. 스테판은 큰아들의 결혼식 당일, 큰아들이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는 아들이 동성애자이며 이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는 다른 가족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혼
중학생일 때, 기자는 교내 백일장에 소설을 써내 장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친구가 국어 선생님께 그 소설의 주제가 뭐냐고 여쭤봤다. 선생님께선 인간의 폭력성을 다룬 내용이라고 하셨다. 옆에서 기자는 선생님의 답변을 들었고, 당시 받은 신선한 충격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기자가 표현하려던 주제는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예술은 해석하는 이에 따라 원래와 다른 의미로 존재하기도, 때론 아예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사랑 표현과 닮았다. 진심으로 사랑해서 한 말이 상대에게는 그저 그런 입에 발린 소리로 들
붉은빛의 꽃잎이 수려한 동백꽃의 개화 시기는 대략 11월 말부터 4월까지다. 동백의 동(冬)은 겨울 동자로 겨울에 피는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꽃이라 하면 봄이 오는 3월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런 면에서 동백꽃은 독특하다. 그리고 이 특이한 동백꽃처럼 불행하다면 불행한, 유별나다면 유별난 인생을 산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도 ‘동백’이다.2019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2019)는 박복한 삶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동백이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4년이 지난 지
영화 평론가는 ‘눈’을 총동원해 작품을 해석하며 때로는 찬탄을 보내고 때로는 신랄한 비판을 한다. 일반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관에서 나오면 일제히 이래서 좋았다,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 결말이 아쉽다 등 나름의 ‘눈’을 펼치며 토론하곤 한다. 이때 단번에 “재밌었다!” “별론데?” 왈가왈부할 수 있는 영화가 보통이지만,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가 절로 나오는 영화들도 있기 마련이다. 기자에겐 장률 감독의 가 그러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보통이 아닌 영화였다. “아저씨, 나랑 여행 갈래요?”“꺼져.”“일
지인과 (2022)에 관한 대화를 한 적 있다. 지인은 이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영화라 말했고 기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자가 생각하는 완벽한 영화는 무엇이냐”는 질문엔 도리어 답하지 못했다. 갖가지 영화를 나열해봐도 모두 조금씩의 결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대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은 있다. 좋은 영화는 보고 나면 여러 감정, 즉 여운이 남는다. 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Andre Paul Guill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