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 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 바탕의 짧은 꿈” 흔히들 생각하는 복수극의 한 장면은 끔찍한 일을 당한 주인공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총칼을 빼 드는 섬뜩한 사연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자기 자식을 버리고, 원수의 집에서 이십 년을 지낸 남자가 있다. 연극의 주인공, ‘정영’의 이야기이다. 2015년 국내 초연된 연극 은 2019년 관객이 뽑은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4년여 만에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일 겁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두 번째 작품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오만과 편견』(1813)의 첫 대사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인 만큼 영화나 드라마 등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여기, 그 무수히 많은 작품들 중 단연코 가장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연극이 하나 있다. 바로 연극 이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정밀한 인물 묘사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제인 오스
‘춤추는 낱말’, 이곳에는 그저 하나의 ‘시’만이 존재한다. 시(詩)란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 작품, 동시에 언어의 울림이자 음악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시가 마음껏 춤출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한다. 결국, 시는 예술가의 작품과 하나가 되어 공간을 날아다닌다. 작품으로서 날아오른 시는 공간 속을 유영하고 시어가 품은 미묘한 정서와 다양한 사유는 우리 생각을 확장한다. 나아가 집단적인 (무)의식과 감각, 생동하는 힘을 만든다. 이번 전시 展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의제인 ‘시(Poetry)’를
사진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찰나의 ‘결정적 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서는 20세기 사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이 바라본 세상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단지 그의 작품만을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구입해 평생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포착한다. 이는 붓과 물감 등을 이용해 작가의 의도를 전하는 그림과 차이가 있다. 오늘날에는 사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하여 작가의 의도를 전하면서 사진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사진으로 재현되는 현대 문명은 어떠할까? 이번 전시의 작가인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b. 1955~)는 원거리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장면으로 구축하여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순수한 조형 요소로 표현하는 추상 회화나 단순함을 통해 미(美)를 드러내는 미니멀리즘 등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소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展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전시장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관객의 온 감각을 자극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도록 돕는다. 전시는 현실 속에서 물밀듯 터져 나오는 정보들에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쉼을 선물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잠시 일상으로부터 ‘LOGOUT’(로그아웃) 하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향기, 노래, 빛 등 감각적인 요소들이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당신을
공예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본디 대지를 이루고 있던 것에서 비롯됐다. 나무, 흙, 광물 등 살아 숨 쉬는 대지가 낳은 재료들을 인간이 다듬고 연마했고, 비로소 이들이 실생활에 사용하는 ‘사물’인 공예품이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기획전 展은 일상 속 편리한 도구로만 치부되던 공예품들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전시는 지난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에서 선보였던 주제 안에서 전시 작가와 작품을 문화역서울284 공간에 맞춰 새롭게
‘이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를 가능케 하는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권리이다. 특히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은 이동이 가진 영향력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라고 믿었던 ‘이동’이 우리의 삶,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며 이동의 구조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물리적 이동뿐만 아닌 정보의 이동, 행위로서의 이동, 계급의 이동 등 다양한 개념의 이동을 다룬다. 해당 전시에 참여한 총 8명(팀)의 작가들은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마주한 웅장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샹들리에는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당황한 관객은 동선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짙은 수염을 가진 강렬한 인상의 작가와 눈이 마주친다. 벽면의 거대한 사진에서 작가는 카메라 플래시를 매섭게 응시하고 있다. 전시장 곳곳은 그의 매서운 눈매와 그가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가벽 없이 곳곳에 늘어놓듯 전시된 그림, 사진, 도자기, 조각, 벽지에 이르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자유분방하다. 작품에 한 발짝 다가가 들여다보니 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더욱 독특하다. 중국의
오래된 것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 필히 세월의 더께에 쌓여 층층이 더해지는 것이라면 고전의 미학이란 단순히 오래전 조상의 지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그것을 공들여 보관해 온 이의 정성에서 찾은 아름다움은 나날이 빛을 받지만, 바래지 않는다. 이는 유리관 속에 박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이에 의해 독점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욕심 내려 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40년의 세월 동안 고고히 머무는 이곳은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이홍근실 205호이다. 여러 기증관을 지나 2층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무한히 이어지는 푸른 점들, 그리고 그 점들이 빚어내는 심연은 관객을 캔버스라는 우주에 빠져들게 만든다.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 1913~1974)는 자연과 민족의 정서를 서정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추상예술로 그려낸 한국의 대표 화가이다. 환기미술관 기획전 展은 김환기가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광범위한 예술의 범주에 도전을 거듭했던 시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색채와 조형에 대한 연구 끝에 궁극적으로 김환기 예술의 정수인 ‘전면점화’에 이르기까지 김환기의 예술에 대한 고심과 모색이 전시를 통해 드러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짙은 어둠 속, 희미하게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 몇 발자국을 걸으면 기이하게 빛을 발하는 신비로운 공간이 나온다. 전시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낯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은 ‘낯섦’에 흠뻑 빠져든다. 관객을 전시에 몰입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이머시브(immersive) 전시인 展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공간지각 등 오감을 통해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들은 영국의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