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적용되는 대상은 다양하다. 그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장소가 될 수도 있으며,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문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그리움의 대상이라고 한다면 역시 ‘고향’일 것이다.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이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하거나 표현해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정서 속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설가 임철우(1954~)의 『눈이 오면』(1995)도 이러한 작품 중 하나이다. 주인공 ‘찬우’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으로 내려가지만 이미 예전
우리나라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소설가 심훈(1901~1936)의 『상록수』(1935)에 대해 한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상록수』는 일제 강점기 시대 ‘청석골’이라는 시골에서 일어난 농촌계몽 운동을 다룬 소설로, 교훈적인 내용도 충실히 드러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동혁’과 ‘영신’의 로맨스를 적절히 결합해 문학적 완성도 또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들 중 ‘영신’은 안산 샘골(現 상록구 본오동) 지역에서 농촌 계몽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 최용신(1909~1935) 선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사실 ‘동혁’의 이야기와 연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당시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위치한 불국사와 석굴암을 가곤 했지만, 굳이 왜 경주를 갔고 가서 무엇을 봤는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기자 역시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문화유산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기에 석굴암과 불국사의 인상은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때문에 기자는 이전의 경주 방문과 달리 “어떻게 하면 문화유산을 풍부하게 눈에 담을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 고민을 해본 끝에, 소설가 현진건(1900~1943)의 수필『불국사 기행』(1929)을 읽고 그의 수필에 나온 표현을 음미해 가
‘엄마’라고 소리 내어 발음해보자. 입술이 살짝 닫혔다가 가볍게 열리며 부드러운 비음 발음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발음하는 단어이자 구강구조상 편하게 발음할 수 있어 놀라거나 무서움을 느낄 때도 무의식중에 튀어나오곤 하는 단어. ‘엄마’다. 세상의 수많은 단어들은 그 의미나 어감의 체감 정도가 비슷한 편이지만 이 단어는 조금 특별하다. 모든 사람들은 엄마라는 단어에 각자 다른 울림을 받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 한 경험은 모두가 다르고, 엄마라는 존재가 전하는 감정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가
커다란 몸집과 넉넉한 그늘을 지닌 오래된 나무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나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온갖 역경을 견디며 비로소 모양을 갖춘 잎과 줄기, 뿌리가 보인다. 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수많은 나무는 보는 시각에 따라 ‘대인군자(大人君子)’이기도 하고, 삶의 교훈을 주는 ‘성인(成人)’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인간 삶의 올바른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수필가 이양하(1904∼1963)는 대표적으로 수필『나무의 위의』, 『내 차라리 한 마리의 부엉이가 되어』, 『신록예찬』등을 편찬했다. 그 중에서 『나무의 위의』는 6·25
열차 시간이 촉박한 듯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뛰어가는 여자,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는지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 홀로 바쁘게 노트북을 두드리는 남자, 이른 아침 허한 배를 채우기 위해 빵집에서 산 샌드위치를 급하게 욱여넣는 남자. 아침 8시도 되지 않았지만 용산역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자는 정읍행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바쁜 사람들 속에서 겨우 의자를 차지했다. 딱히 한 일은 없지만 역 내 사람들로부터 기운을 뺏긴듯한 기분 때문에 의자에 앉아 멍하니 TV 뉴스를 바라봤다. 어제도 오늘도 뉴스에선 같은 내용이었다.
남해안에 비가 내리는 8월의 어느 날, 기자는 맑은 하늘을 뒤로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섬, 소록도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반도의 끝자락이라 볼 수 있는 전라남도, 전라남도에서도 남쪽 끝에 덩그러니 위치한 소록도까지 버스를 타고 무려 6시간을 가야 했다. 3번의 버스 환승과 6시간이라는 긴 시간 탓이었을까. 기자가 느끼기에 소록도라는 섬은 사람들에게서 고립돼 어쩐지 외로운 느낌이 드는 섬이었다. 소록대교에서 비 내리는 소록도와 바다를 바라보니 우울한 감정이 기자를 사로잡았다. 아무래도 『당신들의 천국』(1976)에서 인간
하필 전국에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기자가 타고 있던 안동행 고속버스는 비 오는 도로를 세차게 달렸다. 도착하기까지는 약 네 시간 반, 그동안 기자는 『몽실 언니』(1984)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책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70여 년 전으로, 해방 직후부터 한국 전쟁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 계속되는 마감에 지칠 대로 지친 기자에게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생(生)의 끈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들의 슬픈 사연과 저마다의 처절한 삶은 기자에겐 채찍질과 같았다. 지금껏 무얼 탓하며 살아온 것인지 반성하게 했으며, 앞으로의
2017년,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남한과 북한은 전쟁 직전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측과의 대화에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응하며 대화의 불꽃이 살아났다. 같은 해 4월 27일(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나 1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날 회담에서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끈 것은 ‘도보 다리’ 회담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 다리에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이
마침 어린이날이었다. 기자는 취재 차 이른 아침 전철을 타고 양평으로 향했다. 전철의 사람들은 모두 오랜만에 돌아온 휴일을 즐겁게 맞이하는 듯 보였다. 간만의 소풍에 설레하는 아이들 옆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기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도착하기까지는 약 두 시간 반, 그동안 이번 호에 실릴 작품 『소나기』(1953)를 읽어보았다. 문학을 처음 접했을 어린 시절, 모든 아이들은 『소나기』(1953)를 읽었을 터다. 성인이 된 지금 이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지난 세월 동안 잊고 살았던 ‘순수함’이 얼마나 소중한 감정인지 깨달았다
4월의 어느 날, 기자는 유독 날씨가 흐리던 서울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남강이 흐르는 도시, 진주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경상남도에 위치한 진주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무려 4시간을 가야 하지만, 힘들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이 무색할 만큼 진주로 가는 길 창밖으로 본 자연은 아름답고 푸르기만 했다.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산과 자연이 곳곳에 펼쳐진 풍경이 낯설어서일까. 기자는 점점 진주에 가까워질수록 이번 여행의 주인공인 ‘논개’의 삶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끌어안
이전 호에서 『태백산맥』(1989)을 취재한 기자는 이번에는 벌교를 떠나 진도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향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이었다. 기자는 2시간이나 차 안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꽤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차량이 도로에 들어서자 기자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한반도 최남단에 있는 해남의 푸른 바닷가와 조용한 마을을 보면서 기자는 평화로움을 느꼈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매일 과제에 쫓기며 무엇인가를 해내야만 하는 도시속 일상에서 해방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해방감도 잠시, ‘아차!’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