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작은 나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고 타 주었다. 당신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조금 자라고 난 후였다.어느 밤에는 문 너머에서 나를 향한 사랑 고백이 들려온다. 내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잘하고 있고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다고. 내 방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레 나의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물기 어린 목소리로 나는 나의 다짐을 전한다. 잘 살겠노라고.오랜 기숙사 생활로 잊고 있던 새벽 인사를 이제 안다. 자고 있으면 쓰다듬는 손길, 볼이나 이마에 가볍게 하는 입맞춤이 느껴
신문사에 입사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다. 이제 기자도 수습기자라는 직함을 벗고 준기자라는 새로운 직책 아래에서 선배 기자들처럼 기자프리즘을 쓰게 됐다. 어른 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아직은 어색하고 많이 미숙하지만, 2024년 첫 번째 기자프리즘인 만큼 사회를 조명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자 본연의 업무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 글을 본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올해 4월 10일(수)에 있을 제22대 총선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총선을 ‘정치 양극화’라는
작년 이맘때, 23학번 새내기였던 기자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바로 수강 신청을 시원하게 망쳐버린 것이다. 먼저 대학생 노릇을 하고 있던 오빠의 조언에 따라 난생처음 PC방을 간 것이 화근이었을까? 신청에 성공한 강의는 단 두 개뿐이었다. 수강 신청이 끝난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기자의 머릿속은 텅텅 비어버린 시간표와는 달리, 끊임없이 밀려드는 근심 걱정으로 빈틈없이 채워지고 있었다.아마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 몇몇은 이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개강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여태껏 학교에서, 또는 학원에서 정해준 시간
3월을 마주한 캠퍼스는 아직은 매서운 바람을 품고 있지만 새학기의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하다. 지난 2월 22일(목)에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선배들이 본교로부터 발걸음을 옮겼고 23일(금)에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러 후배들이 본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작과 설렘, 긴장과 걱정으로 가득 찬 3월에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마치 퇴근하여 양손에 치킨을 가득 사 들고 귀가하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마음을 품게 만든다. 이처럼 3월이 주는 수많은 선물이 있지만 그중에 최고는 3월 첫날이 빨간날이라는 사실이다. 문득 궁
본교 창업 동아리 인액터스의 회장 최예주(시각디자인2) 학우를 만났다.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인액터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A. 인액터스는 사회적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창업 동아리입니다. 우리 주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고요한 택시’, ‘동구밭’ 등 사회적 비즈니스가 인액터스에서 비롯됐습니다. 특히 본교는 인액터스 코리아가 처음 생길 때부터 함께한 대학 중 하나입니다. Q. 인액터스에서는 타교와의 협동 프로젝트, 창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홍익의 교정을 떠난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섰지만 아직도 교정 곳곳에 스며 있는 추억들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까맣게 잊고 있던 대학 시절의 추억들이 친구나 동문들을 통해 가끔씩 소환될 때면 20대의 미숙하면서도 빛났던 젊음의 순간들이 다양한 장르의 청춘 영화로 반복 재생된다. 대학 시절의 모든 경험과 만남은 누군가의 기억을 통해 끊임없이 재확인되고 더해지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내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러던 중 나는 나의 모교에 다니고 있는 제자가 전해준 홍대신문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홍익에서 지냈던 소중했
“당신의 생애를 들려주세요.”라는 질문 하나로 모든 연구가 시작되는 학문이 있다. 이 마법의 질문은 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재구성하는지 보여준다. 삶의 주체로서 한정된 기억에 규칙과 서사를 부여, 이를 언어로 재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연구에 포함된다. 구술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생애를 이해하는 학문, ‘구술생애담’이 그 주인공이다.구술생애담은 보다 보편적인 구술사, 생애사와 달리 사적(史的) 층위가 아닌 담적(譚的) 층위로 접근한다. 개인의 기억을 역사적 사실과 비교, 문헌 밖의 사건에 주목하는 것이
마지막 발간을 앞두고 분주해진 홍대신문사에는 이번 학기를 마치면 기자실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적게는 세 학기, 많게는 네 학기 동안 취재부에 몸담은 57기 기자들이다. 다사다난했던 기자실에서의 추억도 상기시킬 겸, 퇴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취재부 57기 기자들끼리 서로를 인터뷰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민규 기자Q. 종간 및 퇴임하는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A. 어떻게 또 버텼다. 마지막 학기를 시작하기 전 퇴사를 고민하다가 잔류하기로 결심하고, 친구 앞에서 선언했던 날이 기억난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반년이
‘학생 자치의 위기’.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다. 해마다 진행하는 총선거에 막상 후보가 없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고, 단선으로 출마한 후보는 이젠 익숙하다. 어쩌다 여러 선거운동본부가 출마해 경선을 치러야 하면 오히려 당황스럽다. 지난 22일(수) 오전 8시부터 23일(목) 오후 7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4 단결 홍익 총선거에는 총학생회와 총동아리연합회 후보가 없다. 몇몇 단과대학도 마찬가지다. 재선거 이후에도 이대로라면 내년 1학기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중앙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총 15단위 중 7단위가 비상
지난 9월, 4년 만의 대동제가 막을 내린 후 본교 에브리타임을 뜨겁게 달군 이들이 있다. 본교 유일무이 중앙 스트릿댄스 동아리 비츠플로우(BEATZFLOW)를 알아보고자 회장 김성민(자율3) 학우와 만나보았다. Q. 비츠플로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A. 비츠플로우는 본교 스트릿댄스 동아리로, 정기 공연과 같이 자체적으로 여러 공연을 진행하는 한편 타 대학의 스트릿댄스 동아리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기수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입부 2년 차인 기수를 핵심 기수라고 합니다. 이러한 핵심 기수가 주체 기수가 되어 정규 연습을
홍익대학교에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는 친구를 보면서 필자도 언젠가는 보고서 같은 양식의 글만 쓰기보다는 신문 기사 같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잘 몰랐는데 이번에 ‘홍대신문을 읽고’ 라는 투고글을 부탁받아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먼저 1면에서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다룬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해당 기사들은 학교 기숙사 및 등록금과 같은 학교 내부의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홍익대학교는 이원화 캠퍼스로 운영되는 대학교로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로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헤어짐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에 필자가 직접 기르던 콩나물과의 헤어짐이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식물을 오래 살리지 못하는, 재배에는 재능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도 그 콩나물은 신기하게도 꽤 오래 버텨주었다. 그 당시 그 콩나물을 정말 고마운 친구이자 필자가 낳은 아이처럼 애지중지 대했다. 빛을 보지 않도록 검은 비닐봉지를 잘 덮어주고, 때마다 물을 부어주었다.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물을 줄 때만 콩나물을 조심히, 그리고 예쁘게 들여다보는 인내심도 갖췄었다. 그 콩나물이 자란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현진건(1900~1943)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상징하는 명대사다. 주인공 김첨지가 아내가 먹고 싶어 하던 맛있는 설렁탕을 사 왔지만, 아내가 죽어 먹지 못하자 비탄하면서 한 말이다. 신문을 펼쳐보자마자 해당 구절이 생각났다. 지면 신문 및 대학 언론의 위기 속에서 『홍대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텐데, 이 좋고 재밌는 걸 왜 읽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에서다.필자가 학보사의 편집장이라 그런가, 본지의 1면은 보자마자 감탄부터 나왔다. 보통 학생회나
본교 건축 봉사 중앙동아리 '한울'에 대해 알아보고자 부회장 정가은(건설환경3) 학우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한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A. 한울은 본교 건축 봉사 동아리로 주거 관련 국제 비영리단체인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인준 동아리입니다. 주거나 건축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도배 봉사 활동을 합니다. 도배 봉사 외에도 △도배나 장판 교체 등의 작업을 중심으로 하는 집 고치기 △춘천, 천안 등에서 진행하는 집 짓기 △벽화 그리기 등의 봉사를
햇살의 강렬한 입맞춤에 눈이 부시고 매미의 노래가 귓가에 고여 멍멍한 여느 때의 한여름, 필자는 친한 친구와 LA를 다녀왔다. 약 1년 정도 경비를 모으며 계획한 주체적인 첫 해외여행이었고, 이것만을 바라보고 봄학기를 달린 우리는 종강하고부턴 여행 준비에 매진하며 방학을 보냈다. 마침내 8월 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11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태평양 건너편, 축복받은 땅 위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우린 먼저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로 이동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내려서 본 보랏빛 하늘과 트럼프 호텔은 우릴 영원히
대학에 갓 입학했을 당시의 기자는 무엇을 알려주는지 알 수 없는 대학 수업과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목표 없는 생활에 엄청난 무기력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중간고사 기간이 끝난 지난 5월쯤 기자가 수강 중인 교수님께서 자유 주제로 보고서를 한 편 제출하라고 하셨다. 개인이 직접 주제와 개요를 정하면 교수님이 그것을 읽고 피드백을 해주시는 방식이었다.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해 발표하는 것이 이 수업의 과제였다. 기자의 보고서 제목은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였다. 무모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솔직한
첫눈, 그 두 글자만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가? 여러 언론사는 앞다투어 첫눈 소식을 전하고, 사람들은 첫눈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지난 17일(금), 첫눈이 내렸다. 기자실에 들어오며 첫눈이 내렸다고 얘기하는 동료 기자들을 보며 아깝게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한 기자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편의점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간 기자는 ‘이미 다 그쳤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적지만,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눈송이들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렇게 기자는 올해의 첫눈을 맞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