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1897~1972)은 소정 변관식과 더불어 근대기 사경산수화를 대표하는 동양화가이다. 1914년 그는 최초의 근대식 미술교육기관인 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에 입학하여 1918년 4월에 졸업할 때까지 안중식을 사사하였다. 당시 그는 안중식의 화풍에 영향을 받아 화려한 구성과 색채감이 강조된 궁중벽화인 (1920)를 제작하였다. 또한 스승이었던 안중식의 화숙인 경묵당(耕墨堂)에 기거하며 자연스럽게 서화협회에 참여한 그는 1921년 1회부터 1936년 15회
박현기는 백남준을 이어서 한국 비디오 아트의 1세대에 속하는 작가로 평가 받는다. 194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박현기는, 1961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하지만 이후 건축학과로 전과하여 졸업한다. 그는 회화라는 매체가 가진 평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건축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는 비디오라는 조형 매체를 토대로 소위 건축적 설치 작업을 보여주며, 회화와 분리되는 독특한 자신의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박현기는 1970년대 초반 서울의 미술계를 떠나 대전으로 내려간 직후, 미술잡지를 통해 초창기의 비디오 아트를 접한다. 그는
프랑스 태생의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 1928-1999)는 견고한 뎃생과 거칠고 운동감 있는 선을 활용한 표현주의 화가다. 그의 나이 30살이 채 되기도 전에 화단과 평단, 대중의 주목을 고루 받으며 성공을 거두었던 뷔페는 왕성한 창작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품을 남긴다. 그의 삶은 나치 치하의 파리에서의 어린시절, 어머니의 때 이른 죽음 후에 입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공동 창립자가 되는 베르제(Pierre Bergé)와 맺었던 긴밀한 관계 등 굴곡이 가득했다.마치 그것을
“조선 여인의 향취가 가득한 민예품 및 민속품에서 미의 본질을 찾았다. … 현대적 감각으로 다룬 이 작품들은 그의 풍아(風雅)와 운치로써 이미 과거가 아니고 현재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지향 이숙자의 작품에 대하여 미술평론가 석남 이경성이 남긴 평이다. 1967년부터 1978년까지 홍익대학교 초대 박물관장이었던 이경성은 제자인 이숙자의 첫 개인전 《이숙자 한국화전》(1973)에 서문을 써주었으며, 그의 영향으로 는 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숙자는 1963년에 홍익대학교에 입학하여 천경자에
하종현은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195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69년에는 전위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했으며, 1974년까지 AG 회원으로서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실험했다. 그는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탈회화 작업을 거쳐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대 캔버스와 물감의 물성 표현에 착안한 회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때 제작된 것이 《접합》 연작(1974년~2000년대)으로, 《접합》 연작은 마대 천과 배압법이 그 특징이다. 《접합》 연작에 쓰인 올이 굵은 마포는 하종현의
“내 모든 작품은 몬트로이그(Mont-roig)에서 잉태된다.”추상과 초현실주의적 환상으로 자연을 탐닉하고 시적인 예술세계를 펼쳐 보인 스페인의 미술가 호안 미로는 화폭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호와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조형미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머물렀던 마요르카, 파리(1920년대), 뉴욕(1940년대), 일본(1960년대) 모두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우리 박물관 소장품의 제목이기도 한 ‘몬트로이그’는 그에게 충격을 던지는 근원적인 땅으로, 그가 평생 작품과 삶 속에서 회귀하고 힘을 얻는 자기 존재의
김광우(金光宇, Kwang-Woo Kim, 1941~2021)는 ‘자연+인간’이라는 일관된 작품명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친 작가다. 2021년 3월 작고 전까지도 활발하게 작업을 수행해오면서 주요 전시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조각계의 흐름에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김광우의 작품 (1979)은 김광우 작품 전개 중 전기시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나무, 돌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로 자연의 여러 모습을 묘사 한 점 등이 전기시기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모빌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아기방의 천장에서 한가로이 돌아가는 모빌과 그것을 잡으려고 애쓰는 아이의 포동포동한 손. 아마 모빌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가느다란 철사와 실에 매달린 온갖 물건들이 서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흔들리는 모양은 흡사 하나의 수형도(樹型圖)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이 공예품은 그러나, 미술사에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흔히 조각가로 더 잘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
2022년 상반기에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사건은 단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일 것이다. 전쟁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 난민이 된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의 아픔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역사를 반추하며 오늘은 6.25 전쟁으로 인해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의 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응노는 현대회화로서 동양화가 나아갈 길을 개척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문자추상과 연작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바람이 거셌던 지난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중순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씩 외투가 얇아지고 있는 지금, 이번 ‘박물관을 가다’에서 소개할 작품은 박생광의 이다. 그림 중앙에는 얇은 선묘로 묘사된 누워있는 두 여인의 모습과 활짝 만개한 수선화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 또한 화면 사이에 담묵으로 옅게 흐드러진 붓질도 보인다. 그러나 홍익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는 박생광 작품의 대표적인 강한 필치와 원색의 색상과는 다른 결을 보이고 있다. 1904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난 내고(乃古)
2022년 검은 호랑이 임인년(壬寅年)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임인년의 임(壬)은 오행상 수(水)의 기운으로 검은색, 북쪽, 지식과 정보, 지혜, 어두움 등을 뜻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임인년을 ‘지혜로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혜롭게 코로나 시국을 잘 헤쳐 나가 마침내 밝고 건강한 2022년이 되길 소망하며 호랑이와 관련된 유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힘과 용맹을 상징하며 산신(山神), 산군(山君) 등으로 일컬어지며 신수(神獸)로 여겨졌다. 호랑이의 용맹함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믿음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목조여래좌상은 높이 50.1cm, 무릎폭 32.5cm의 아담한 소형불상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차분하고 평온한 조형감을 준다. 몸에 비해 얼굴이 크게 부조되었으며,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처의 머리에는 소라형이 강조된 나발과 반달형 중앙계주, 반구형 정상계주가 부조되었다. 보살의 얼굴과 몸은 통통한 양감으로 표현되었으며, 가늘게 뜬 눈, 원통형으로 오똑한 코, 꾹 다문 입, 굵은 인중을 갖추고 있다. 부처의 대의 자락은 양어깨를 덮고 있는 통견으로, 명치 부분에는 겨드랑
순수하고 소탈한 감성이 느껴지는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옛 이야기를 상상케 하는 지본채색 그림이다. 진중하고 엄숙한 여덟 글자의 의미와 달리 도상과 글자의 표현은 밝고 경쾌하다. 각각의 글자는 이와 연관된 중국 고사를 떠올리도록 잉어, 죽순, 매화, 비둘기, 용, 새우, 파랑새, 봉황 등 상징 도상과 결합되어 한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에서는 통치이념인 유교를 바탕으로 윤리적 덕목을 담은 윤리문자도가 유행하였다. 문자도에 등장하는 여덟 글자 ‘효(孝)·제(悌)·충(忠)·신(信)·예(
아마도 베틀 부속품은 한국에 있는 어느 박물관에서나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는 흔하디흔한 유물이 아닐지 모르겠다. 특히 ‘바디’와 ‘북’은 꼭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음식점이나 가정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민속품이기도 하다.필자는 어렸을 적에 집안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작은 나무 보트 모양의 ‘북’을 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그 물건이 베틀 부속품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던 데다가, 그 안에는 항상 명함이나 필기구 따위의 작은 물건 등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우습게도 그 물건은 필자의 머릿속에 모양이 이상하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되어 지난 7월에 개최되었다. 특히 양궁 종목에서 다수의 금메달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품인 ‘전통 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활과 화살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 돌로 만든 정교한 화살촉이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우리나라 전통의 활은 각궁(角弓), 목궁(木弓), 철궁(鐵弓), 연궁(軟弓), 강궁(强弓), 장궁(長弓) 단궁(短弓) 등으로 재료나 성격, 크기에 따라 발전하게 되었다. 그중 우리 박물관에서 소장하
피에르 알레친스키(Pierre Alechinsky)(1927. 10~)는 그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벨기에의 스카빅(Schaerbeek)에서 태어난 알레친스키는 브뤼셀의 라 캉브르 국립시각예술학교(l’Ecole nationale superieure d’Architecture et des Arts decoratifs de La Cambre)에서 수학하며 타이포그라피, 일러스트, 판화, 사진 등을 배웠다. 이 기간에 그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장 뒤뷔페(Jean Dubuffet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는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눈 덮인 산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의 화면 상단에 ‘심씨현재(沈氏玄齋)’가 주문방인으로 찍혀있으며, 눈 내린 산수를 배경으로 나귀를 탄 문인과 그 뒤를 따라 걷는 하인을 보여주고 있다. 바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과 자욱이 낀 안개를 여백으로 남긴 채 청회색 조로 음영을 처리함으로써 스산한 겨울 숲의 정취를 잘 나타내고 있다. 심사정은 자가 이숙(頤叔), 호가 현재(玄齋), 본관이 청송(靑松)으로 18세기에 활발히 활동
작가 송번수는 1965년 홍익대학교 공예과를 졸업하고 판화(版畵)와 태피스트리(tapestry) 제작을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다. 홍익대학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의 작품 는 만개한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병에 꽂혀있는 장면을 목판화로 제작한 작품인데, 빨간 장미색과는 상대적으로 강렬한 검은 배경과 흰 배경의 조화는 명료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진다.그는 사실 목판화로 시리즈를 여러 번 제작한 바 있다. 일련의 장미 작품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흑백의 배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미의 모습은 제각각인데, 표현된 장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는 독자적인 예술관을 보여준 이승택의 60여 년 작품세계를 조망해보는 회고전이었다. 마침 홍익대학교 박물관에서도 이승택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작업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승택의 작품은 크게 비조각이라는 특징으로 일컬어진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승택의 재료에 대한 탐색과 연구는 그의 작품이 하나의 재료에 국한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일조했다. 그는 유리와 비닐, 철사,
우리가 일상적으로 비춰보는 거울, 하지만 고대에는 신이 내린 신물(神物)이자 신의 뜻을 알려주는 매개체였다. 보통 거울의 앞면은 물체를 비추거나 빛을 반사하도록 아무 문양 없는 민면이지만, 뒷면에는 다양한 문양이나 글씨 등을 장식하였다. 이러한 뒷면의 여러 장식문양을 기준으로 거울의 명칭이 붙여지고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사상이나 신앙의 영향을 받아 특정 문양과 명문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또한, 인간이 죽은 후 무덤에 묻히는 부장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대학 박물관 소장품은 서기 1세기 후한대 들어 처음 등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