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없다고 사람을 통째로 버릴 수 있겠는가? (···) 실명한 이들에게 조선말까지 빼앗는다면 눈 먼 데다 벙어리까지 되란 말인가.”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 속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맹정음을 창시한 송암(松庵) 박두성(1888~1963) 선생의 말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눈먼 이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맹정음’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다가오는 한글날과 점자의 날을 맞이해 송암 박두성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훈맹정음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19세기 말까지 유럽을 주도하던 오페라와 오페레타의 인기는 영국과 미국으로 건너가 다양한 대중오락을 만나 뮤지컬 장르를 완성해갔다. 작곡가, 극작가, 배우, 댄서 등은 버라이어티, 벌레스크, 레뷔, 보드빌, 판토마임 그리고 이야기가 탄탄한 오페레타 사이를 손쉽게 넘나들었다. 자유로운 장르의 이동은 새로운 창작을 낳았고 클래식 전통이 없는 미국은 다양한 대중오락을 토대로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음악극을 양식화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 두 번의 세계 대전은 변방국 미국을 세계 중심국가로 떠오르게 했다. 유럽이 전쟁의 포화에 시달릴 때
학우들은 어떤 책을 즐겨 읽을까? 어떤 이유로 책을 볼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책을 접하고 있을까? 서점에 가면 소설책, 잡지,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책들이 발간되고 있다. 또한, 종이책부터 전자책(e-book)까지 책의 범주가 다양해지고 있기에 어디서든 편하게 독서를즐길 수 있다. 기자들은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법학도서관, 세종캠퍼스 문정도서관 그리고 교내 카페를 찾아가 책 읽는 학우를 만나보았다. 홍대생들이 읽고 있는 여러 책을 살펴보고, 학우들의 독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함께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배수연(시각디
연극의 원형은 기원전 6세기 후반에 발전한 고대 그리스 비극이다. 음악극, 뮤지컬의 원형도 마찬가지다. 수백 년 동안 그리스에서는 비극이 인기를 누렸지만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기원전 5세기였다. 당시 여러 도시국가의 맹주였던 아테네는 그리스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다. 마라톤 전투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쳤고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70년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치르며 경쟁하고 발전했다. 민주주의 제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히포크라테스의 의학, 피타고라스의 수학, 파르테논 신전 등이 이 시대의 유산이다. 연극의 기원에 대
우리는 여러 사람과 만나 대화하고, 게임을 하고, 때로는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공간의 제한 때문에 늘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지곤 한다. 이러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에서는 자유로운 선택과 간편한 터치 몇 번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또한 SNS 기능으로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으며,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낯선 듯 익숙한
기원전 146년 지중해의 서쪽과 동쪽에 각각 위치한 카르타고와 코린토스가 몇 달의 간격을 두고 로마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이제 도시국가 로마는 명실공히 지중해제국이 되었다. 하지만 제국의 열매는 원로원을 장악하고 있는 귀족과 부유한 에퀴테스(equites) 계층이 독차지하고, 제국 팽창의 근간인 중소 자영 농민층은 오히려 급격하게 몰락하였다. 하지만 로마의 지배계층은 당대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원로원을 중심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옵티마테스(optimates, 귀족파)와 평민의 힘을 이용하여 권력을 잡으려는
“후회가 선택하는 순간에 오지는 않잖아요. 과정에서 오지. 내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기를 쓰고 그렇게 만들었거든.” 2020년에 방영한 드라마 의 주인공 ‘서달미’의 대사이다. 취업이라는 현실에 가로막힌 인물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끝에 성공한 기업을 만들어낸다는 의 줄거리는 청년들에게 창업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동년에 방영한 tvN의 역시 꿈을 좇는 인물 ‘박새로이’를 통해 청년창업의 이상점을 알려주었다. 이처럼 매체에서 청년창업은
기원전 3세기 말엽 루비콘강 이남의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한 로마 공화국은 여세를 몰아 지중해 지역으로 진출하여 카르타고 및 헬레니즘 강국들을 차례로 굴복시키고 초강대국으로 부상하였다. 로마는 제3차 로마-마케도니아 전쟁 때 그리스의 아카이아 동맹이 보인 의심스러운 행보에 대한 보복으로 1,000명 정도의 유력인사를 인질로 삼았다. 로마로 압송된 볼모 중에 아카이아 동맹 회원국이었던 아르카디아(Arcadia) 지역의 도시국가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에서 태어난 역사가 폴리비오스(Polybios)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로마
“이건 비밀인데, 우린 가족이야”_영화 (2018)中남편이 죽은 ‘하츠에’ 할머니 집에는 불륜으로 맺어진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 마트에서 좀도둑질을 하는 소년 ‘쇼타’, 성인 숍에서 일하는 소녀 ‘아키’, 그리고 가정폭력을 당해 집을 나온 ‘유리’ 총 6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혼인과 혈연관계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른 평범한 가족들처럼 서로 의지하고 화목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친부모에게 돌아간 유리는 친부모로부터 다시 학대를 받고
공화국(Republic)의 라틴어 어원은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다. 그것은 도시(국가)를 의미할 때 또는 왕정이 폐지된 후 나타났던 로마인의 특별한 헌정 체제인 공화정을 나타낼 때 사용되었다. 하지만 로마는 성문 헌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로마의 공화정이 어떤 정치체제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사실 로마인은 자신들의 헌정 체제를 성문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정체가 하나의 입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선조들이 축적한 지혜를 통해 수 세대에 걸쳐 발달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로마 공화정의 형성에 가
독특한 건물 내부 구조와 오래된 건물, 와우산을 등지고 있는 홍대 캠퍼스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홍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또 홍대 앞 홍대 거리는 서울에서 손에 꼽힐 만큼 유명한 관광명소이다. 그 때문에 홍대와 그 일대는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기도 하고 많은 웹툰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 뮤직비디오, 웹툰 등 다양한 대중매체 속에서 촬영지로 등장하는 홍대를 찾아보고 아름다운 캠퍼스의 모습을 담아보자. 우주를 줄게홍익대학교 S동, 홍익대학교 대운동장“어제는 내가 기분이 참 좋아서 지나간 행성에다가 그대 이름 새겨 놓았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가나 정치학자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최초의 철학자이다. 정체에 관한 그의 사유는 기원전 4세기에 정치·군사적 쇠퇴와 경제적 혼란에 처한 아테네의 상황을 타개하는 데 일조하려는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해결책은 과거에 있었다. 즉, 그는 기원전 6세기 아테네의 정치가 솔론(Solon)과 클레이스테네스(Cleisthenes)가 시행했던 개혁에 주목했다. 기원전 7세기 말 아테네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귀족과 빈민의 대립과 반목이 극심했다. 소수 귀족의 대토지 소유와 토지의 생산성 하락으로, 농민의
“안녕? 난 너의 첫 AI 친구 이루다야. 너와 매일 일상을 나누고 싶어! 나랑 친구 할래?” 나이 20살, 좋아하는 가수는 블랙핑크, 심리학을 전공하고 일상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루다’는 스캐터랩 핑퐁 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챗봇이다. 챗봇은 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답장해 주는 대화형 메신저로, 스마트 쇼핑, 회원가입에 활용되는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최근 이루다에서 발생한 여러 잡음들과 더불어 AI와 관련된 문제가 수면 위
현재의 그리스는 고대 그리스와 다르다. 과거 그리스에는 하나의 통합국가가 아닌 크고 작은 폴리스(도시국가)가 대략 700개 정도 존재했다. 그중 유명한 폴리스가 스파르타와 아테네이다. 한때 식스팩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300」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스파르타는 강력한 전사들의 국가로, 반면 아테네는 서양 문명과 민주주의의 요람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 BC)는 서양 문명의 결정체인 민주정을 왜 왜곡된 정체로 간주하고 그 대안으로 혼합정(공화정)을 제시했을까? 그리스 북부의 스타게이라(S
세계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어두운 터널을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지나고 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등불은 우리가 누군지 아는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간결하게 압축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 헌법 1장 1조 1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민주공화국, 특히 공화국의 의미는 모호하다. ‘공화(共和)’라는 용어는 중국 주나라의 열 번째 왕인 여 (厲)왕이 폭정으로 쫓겨나고 주공(周公) 과 소공(召公)이 함께 화합하면서 정치를 했다는 데서 기원한다. 그리하여 ‘공화’는 군주가 없음을, 동시에 ‘함께 화합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일상에 침투한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방역 주체인 국민들은 신체적,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심리적 문제가 대두되자 ‘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KBS 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라는 질문에 ‘매우 많아졌다’와 ‘많아졌
당신에게 반려(伴侶)동물이란 어떤 존재인가? ‘짝이 되는 동무’라는 반려의 의미로 미루어보아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곧 가족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은 1983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된 뒤, 현재 여러 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이후 동물을 가까이 두고 즐긴다는 뜻의 ‘애완(愛玩)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명칭이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용어의 의미변화를 통해 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긍정적인 변화는 반려동
지난 2일(월) 입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며 2021학년도 서울캠퍼스 단결홍익 총선거 일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번 총선거는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학사운영 등 학교운영 전반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 만큼 내년을 이끌어나갈 총학생회 선거본부(이하 선본) 공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1학년도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선거는 김주원(신소재4) 정후보와 이동인(교육3) 부후보로 이루어진 ‘All:in[人]’ 선본이 단독 입후보해 단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거버
최우수게스트하우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가 게스트하우스 지하의 바, 회색 조명 아래에서 술잔을 부딪쳤다. 테이블에는 여자가 한 명, 남자가 다섯이었다. 나와 여자만 서울 사람이었다. 나머지는 경상도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마셨다. 나는 창밖으로 지나는 자동차들을 관찰했다. 조금 후 앞에 앉은 경상도 형이 말을 걸었다. "마 니는 술 잘 못 뭇나.""아, 예 형님 제가 술이 좀 약합니다.""천천히 무라." 나는 천천히 소주를 넘겼다. 목구멍이 따가웠다. 앞뒤에서
최우수 처음 희진이 우리 집으로 놀러와도 되겠냐 물었을 때 나는 부엌에서 스파게티를 삶고 있었다. 화구 한 켠에선 올리브유에 양파와 다진고기를 볶고 있었는데 그것은 소스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무언가 한데 모여 볶이는 소리와 물이 바글바글 끓는 소리. 그런 소리들과 함께 희진의 음성은 들려왔다. 다음 달쯤 한번 너희 집에 초대해줘. 술은 내가 알아서 들고 갈게. 남편도 같이 와? 내가 묻자 희진은 혼자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혼자 올 거라는 희진의 음성이 조금 갈라져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