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시대를 호가했던 애니메이션 (TV 아사히)의 극장판 (2023)의 관객 수가 381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기자 역시 지난 겨울 ‘슬램덩크 열풍’에 일조했던 사람 중 하나이다. 처음 극장판 개봉 소식을 접하고 극장으로 향했을 때, ‘슬램덩크’ 하면 떠올랐던 대사는 “왼손은 거들 뿐” 같은 유명한 대사뿐이었다. 그러나 124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난 뒤 기자의 머릿속에 박힌 대사는 ‘만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한 것. 처음 보는 남부터 매일 만나는 이들까지, 친절함을 베푼다는 건 쉽진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는 예로부터 이어져 온 이치다. 어릴 적부터 친절함과 관련된 옛 일화들을 들어왔을 것이다. 『흥부놀부전』에서 흥부는 다리를 다친 까치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 상처를 치료해줬다. 그 후 까치는 흥부에게 특별한 박씨를 선물해줬고 그 박씨로 흥부 가족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게 된다. 『은혜 갚은 까치』에서는 선비의 도움으로 새끼를 구한 까치가 목숨 바쳐 선비를 구하기도 한다. 친절한 사람을
채찍은 손잡이에 긴 끈을 달아 만든 물체이다. 손잡이의 작은 움직임은 끝으로 갈수록 커지며 큰 위력을 만든다. 이러한 채찍의 특성에서 따온 개념으로 ‘채찍효과’(Bullwhip Effect)가 있다. 채찍효과는 고객의 수요가 상부로 전달될수록 수요의 변동성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경영학 생산 부문에서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최근 정부는 (MBC)을 제재했다. 지난 9일(수), 대통령실은 11일(금)부터 16일(수)까지 진행되는 동남아시아 순방 일정에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사람들은 안부(安否)를 물어 그 사람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곤 한다. 안부는 친근함의 표시, 보고 싶은 순간,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기에, 안부를 묻는 인사는 언제나 반갑다. 대학교에 들어온 후 학창 시절 친구들이 안부를 묻는 연락을 보내왔을 때 역시 그러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기자의 안부를 전하려는데, 문득 “내가 지금 정말 편안한가?”싶었다. 그리고 한동안 깨달은 것은, 친구에게 “잘 지내지”라고 보낸 답장들은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본인의 안부를 물어본 적이 있
惠聖(혜성). ‘은혜로운 성인이 되어라’라는 뜻에서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기자의 이름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기자는 한글로 써도, 한자로 써도 획이 많은 이 이름을 싫어했다. 예쁘게 쓰기 어려웠고 늘 마지막 출석번호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외워서 쓰는 시험을 볼 때는 ‘황혜성(黃惠聖)’이라는 석 자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히 ‘좋은 어른이 돼라’는 뜻이겠거니 하고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 하지만 이 어리고 얕은 생각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때가 있다. ‘聖(성)’의 뜻을 이해하면서부터다. 그저 다
이 제목을 짓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혹시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의 숨 막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잠시라도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과 활동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다.활기찬 대학 생활이 로망이었던 기자는 대학교에 입학한 후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학교를 다니고 야작을 하면서도 평소에 다니고 싶었지만,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라 등록하기 고민했던 학원도 다녔다. 또 기자생활을 하고, 듣고 싶었던 교양과목들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빼곡하게 채웠다. 이렇듯 매일같이 새롭고 바쁜
기자에게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길었다. 기후 위기라고 매년 더워지고 있는 날씨로 고생한 탓은 아닐 것이다. 이번 여름 동안 기자를 둘러싼 세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습기자로 고작 한 학기 활동한 신문사에서 부편집국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며 챙겨야 할 일은 곱절로 늘었다. 선배들이 보도하지 않았던 주제를 찾으려 매일 온 인터넷을 뒤졌고, 동기들이 아침에 제출하는 기획서를 모아 자료를 만드느라 만원 지하철에 낀 채 노트북을 켠 적도 몇 번 있었다. 오랜만에 얻은 아르바이트 자리는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드물었다. 지탱해주던 가족의
가정의 달인 5월에는 감사함을 표현할 일이 많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은 물론이고 스승의 날과 같은 많은 기념일마다 사람들은 감사함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표현한다. 아마 많은 이들이 문자나 SNS을 통해 휴대폰 기기 화면에 감사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전할 것이다. 문자나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감사함을 표현할 때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무리 진정성 있는 감정을 드러내고 싶다 하더라도, 그것이 글로 제대로 표현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실제로는 별다른 감흥이
어릴 때 기자는 한강에 가지 못했다. 이는 영화 (2006)을 보고 난 이후부터다. 영화를 본 다음 날 기자의 오빠는 “실제로 한강에 독극물을 버린 사건이 있다”라고 했고 그날 이후로 기자는 한강에 가지 못했다. 당시 기자의 나이는 6살이었다. 이로부터 약 5년간은 한강이란 단어를 듣는 것도 싫어했다. 이 걱정과 두려움이 정확히 언제 사라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안다. 괴물은 기자의 마음 속에만 존재했다. 물론 괴물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한동안은 한강에 가길 꺼렸다. 막연한
기자가 요즘 지독하게 빠져있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tvN에서 지난 2월 12일(토)부터 방영하고 있는 (2022)이다. 1998년 대한민국이 IMF를 겪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펜싱부 소녀 ‘나희도’와 몰락한 부잣집 도련님 ‘백이진’의 청춘 로맨스를 주축으로 그들 주변인의 이야기를 그려 나가고 있다. 청춘 한가운데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사랑뿐만 아니라 그들이 겪는 성장통과 그 시련을 이겨나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OTT 플랫폼들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요즘, 시청률이 잘 나오는
개인적 관심사를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할 때, '소속감'은 전제조건으로서 기능한다. 강력한 소속감은 개인의 행동과 때로는 사고 내에 잠재되어있을 집단의 이해관계를 추측하게 한다. 이러한 원리 하에 작동하는 그러한 해석 방법이란 전쟁,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앞서 광범위한 인간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집단의 영향력을 집단 무의식(集團無意識)으로 규명한 바 있다. 집단사고가 개인의 사고를 대변하기까지 하는 그러한 현상은 보다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기자는 지난 10일(목)과 12일(토), 13일(일
기자는 원래 글을 쓰는 것을 퍽 가볍게 여겼다.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글은 생각의 가지를 이리저리 마음껏 뻗어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사에 들어온 후 글을 쓰는 것을 가볍게 여기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쓰고 싶은 글을 가지처럼 뻗어내기만 했던 기자는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가지치기 작업을 해야 했던 것이다. 가지를 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기사에 주관적 의견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일단 취재할 내용을 깊게 파헤치면 자연스레 주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관을 한 꺼풀씩
기자가 ‘기자프리즘’ 코너를 맡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기자는 이 코너를 맡는 것을 두려워했다. 정해진 형식이 없어 말 그대로 백지에 기자의 생각을 담는 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기들의 배려로 이전까지 이 코너를 맡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끝까지 도망만 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아 그때가 좋았지.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옛 향수를 느낀다. tvN에서 방영된 (2012)과 그 연작들의 흥행이 증거다. 기자도 막연하게 학창시절의 즐거운 추억들이 떠올라 학창 시절로 돌
‘나의 두 눈’. 두 눈은 기자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 매우 분주하다. 수업을 듣는 동안 PPT를 따라가거나 과제 리서치 자료를 찾거나, 유튜브를 보는 동안 말이다. 그 두 눈은 기자가 잘 때조차 쉬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꿈은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하니까. 이렇듯 눈은 하루 종일 기자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어떤 시각적 욕구에 의해 분주히 움직인다. 길게 설명하기는 했지만, 일상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기자는 한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어떤 전시와 관련된 책을 발견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전시
어느덧 홍대신문 기자 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어갔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고 생각했다. 강의에 출석만 하고 취재하러 다니기도 하고, 불타는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을 학교에서 지내야 했다. 하지만 최근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기사를 맡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이다.홍대신문은 지난 1302호에 여러 민감한 사안을 기사로 내기로 기획했었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호기롭게 도전해보기로 했지만, 곧 후회했다. 걱정된다는 주변의 우려,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사실관계는 기자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기사를 못 채워가는
대학의 미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해 3월, 입학 연령 인구가 입학 정원에 못 미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신입생 미충원 규모가 2022년 8만 명, 2023년 9만 6000명, 2024년 12만 3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지방대다. 남은 학령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려 지방대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지난달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발표로 대학가가 또 한번 술렁였다. 인하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 등 52개교가 일반재정지원대학에서 탈락해 내년부터 3년간 140억 원가량의 지원을 받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그림자가 대신 깨어있도록 해주어라.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2020) 속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자면서 꿈을 꾼다. 기자도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기억 못 하는 꿈이 대부분이지만 인상 깊은 꿈은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꿈을 꾸며 생각해본다. ‘잘 때 꿈을 이렇게나
기자에게는 기자와 마찬가지로 학보사 기자 일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있다. 졸업 이후 기자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되어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친구였기에, 얼마 전 그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서로 회포를 풀었다. 서로의 신문사 생활은 어떠한지까지 이야기가 도달했을 때, 친구는 기자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하며 당장이라도 신문사를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 발행마다 기사를 작성할 때, 자신의 학교 혹은 특정 정당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사가 실릴 때마다 가차 없이 검열하는 신문사의 태도에 실망한 것이 그 이유였다. 단순히 “업무
기자는 평소에 유튜브(YouTube)를 자주 시청한다. 기자가 요즘 보는 것은 ‘ 레전드’, ‘ 하이라이트’와 같은 과거 예능 영상이다. 특이하게도 이런 영상들의 업로드일은 3년, 4년전이지만 좋아요를 많이 받은 인기 댓글들은 항상 최근에 달려있고 조회수는 적게는 백만대에서 많게는 천만대까지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런 영상들에는 젊은 세대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듯한 댓글들이 많이 달려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이 현상을 레트로(Retro)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레트로란
기자 프리즘을 처음으로 맡으면서 ‘기자 프리즘’이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해봤다. ‘기자’는 알겠는데, ‘프리즘(prism)’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빛을 분산시키는 데 쓰는 다면체의 광학 부품이란다. 고등학생 때 교과서에서 어렴풋이 봤던 기억이 있다. 프리즘에 광선을 쬐어주면 무지갯빛으로 나뉜다. 기자는 기자 프리즘을 ‘기자가 프리즘 역할을 해 어떤 현상을 다방면으로 볼 수 있게 한다’라고 이해하겠다. 그렇다면 기자에게 무엇을 투과시킬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거의 매일 하지만, 마감에 치여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행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