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래를 담고자하는 홍익대학교 박물관(관장 홍경희)은 시대를 관통하는 소통의 도구이자 예술적 표현의 유산인 문자와 기호를 주제로, 오는 11월 14일(수)부터 내년 2월 28일(목)까지 「문자 기호 홍익을 잇다」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문자는 기록을 통한 소통의 도구로써, 기호에서 시작하여 문명의 발전과 삶의 모습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거쳐 온 살아있는 유산이다. 사물을 본 뜬 고대의 상형문자는 그 자체로 회화성을 지녔으며, 선의 이음으로 탄생한 문자는 예술혼을 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의 소장품에서도
“전라남도 강진 한 명이요.”자그마치 5시간을 달려 강진 터미널에 도착한 후, 배차 간격이 족히 50분이나 되는 ‘남창행’ 농어촌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군내에 잠시 마실 나오신 듯한 할머니들 네 분과 푸른 눈이 인상적이었던 외국인 두 명, 그리고 밀짚모자를 눌러 쓴, 쉰 살 쯤 돼 보이는 한 남자가 헐레벌떡 탑승하자 버스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로 만담을 나누시던 할머니들이 내리고, 이어 자그마한 공장이 전부인 듯한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외국인들도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은 미술관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의 답을 ‘길거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술 전시는 더 이상 한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에 미술은 도시 속 커다란 건축물 앞에 아름다운 조형물로, 때로는 지역 사회 전체를 참여시키는 프로젝트로 우리 삶에 다가오고 있다. 미술은 더 이상 하얀 벽에 유화로 칠해진 캔버스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하이 아트(high art)로만 존재한 미술이 이제 그 수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로에 들어서며 우리 사회는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낼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의 진보가 ‘양날의 검’이 되어 가져올 부작용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를 영상화한 (2011~)는 현대 혹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옴니버스 드라마다. 드라마의 제목인 ‘블랙 미러’의 사전적 의미는 전자기기를 껐을 때의 검은 화면을 뜻하며, 보통 미디어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표현하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는 과장되지 않은 묘사를 통
인상파 화가들 가운데 밝고 다채로운 색채로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화가를 떠올린다면 분명 그가 떠오를 것이다.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1841~1919)의 작품은 눈부신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 특히 여성이 발산하는 매력과 부드러움을 능숙하게 묘사한다. 자신의 작품은 언제나 행복해야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나갔던 그의 일생을 잘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르누아르의 명작, 드로잉 등의 1차원적인 그림 전시로 그치지 않았다. 작품을 활동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연출과 체험적 요소가 가미된 컨버전스아트(C
요즘이야 핸드폰 하나면 어떤 단어든 찾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두꺼운 사전이 꼭 필요했다. 책꽂이 한편에서 하얀 먼지가 쌓여 케케묵은 사전을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책가방 속에 두꺼운 사전을 넣어 등교하고 얇은 종이가 행여나 찢어지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넘기던 때가 있었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곁에 핸드폰이 늘 있듯이, 과거에는 사전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전이 옛날의 것만은 아니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우리가 들고 다니는 핸드폰은 두꺼운 사전 몇 백 권이 들어
20세기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과 인간 폭력성의 결합은, 대포와 기관총 및 독가스 등 효율적인 대량 살상 무기의 본격적인 사용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900만 명 이상의 군인 전사자와 2200만 명에 달하는 군인 부상자, 1900만 명을 넘는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게 되었는데, 이는 한국전쟁 당시 군인 사상자가 217만 명, 민간인 사상자가 99만 명이라는 사실과 비교해보았을 때 엄청난 수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 그래픽 노블 작가인 자크 타르디(Jacques Tardi, 194
어른들은 버릇없는 아이에게 곧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라고 꾸짖는다. 그럼 아이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치기 어린 대꾸를 한다. “머리에 피 마르면 죽거든요?” 그 대답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라 우리로 하여금 피식, 실소를 짓게 만든다. 실제로 인간은 체내에 혈액량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혈액은 인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해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피는 체내 다양한 생리현상에 관여하고 있다. 이렇듯 몸속에서 많은 일을 하는 피는 몸 밖에
역을 중심으로 호텔과 백화점이 줄줄이 들어선 수원역은, 그야말로 북새통과 다름없었다. 저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과 각종 호객행위, 그리고 전도사들의 종교 권유를 피해 기자는 팔달문으로 향하는 버스에 재빨리 몸을 실었다. 수원역에서 팔달문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버스에 기대 멍하니 생각을 정리하던 찰나, 어느새 버스는 ‘수원행궁’ 앞에 정차했다. 내려서 조금 걷다보니 우뚝 솟은 팔달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의 중심부에 남대문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수원에는 팔달문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B.C.322)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칭했듯 우리는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과 마주하며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쌓아간다. 하지만 모두와 언제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고민과 걱정을 나눌 상대나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줄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 여기 식물, 동물,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유대 그 이상을 다룬 세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 속 특별한 유대관계를 느껴보자. 식물과 사람의 유대를 그린 대표적 작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란 고동기(古銅器)와 도자기에 꽃이나 꺾은 나뭇가지를 꽂고 그 주변에 과일이나 채소 등을 함께 어우러지게 놓고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그릇에 꽃을 꽂는 것 자체가 길상적이고 기복을 염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기명절지도의 주제는 부귀, 평안, 복, 불사로 정의될 수 있다. 보통 생일을 축하하기 위함과 세화(歲畵) 등의 선물용 그림으로 인기가 좋았으며, 선비 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랑방이나 서재의 병풍으로 제작되는 등 주거 장식화로도 애용되어 실용적인 성격을 가진 그림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기명절지도는 중국 당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사진을 찍거나 사진에 찍힌다. 요즘은 주로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지만 이전에는 디지털카메라를, 그 이전엔 필름카메라를 사용해왔다. 보통의 사람들이 아는 건 딱 여기까지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카메라의 시초는 무엇일까? 카메라가 역사 속에서 어떠한 흐름으로 이어져 왔는지 살펴보고 기존의 영역을 뛰어넘어 예술의 영역까지 침투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낸 카메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카메라,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카메라의 명칭은 ‘아치 모양의
어릴 적 날씨가 좋으면 할머니와 손을 잡고 인근의 명성황후 생가를 거닐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기자가 다시 찾아온 날, 이곳의 날씨는 가시지 않은 장마 전선이 하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듯 끈질기게 어두침침했다. 그러다 문득, 이곳에 들를 때마다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명성황후를 보면 과거 힘들었던 옛 여인들이 생각난단다. 그 누구보다도 강인했던 그녀의 정신이 지금의 이 할미를 있게 했단다.” 경기도 여주에서 평생을 보내셨던 할머니의 인생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어쩌면 명성황후는 단순히 한 나라의 왕비가 아니라 자식
누군가 남미 문명에 대해 묻는다면 우리는 대표적으로 마야와 잉카문명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문명들과 비슷한 시기에 존재했던 남미의 또 다른 문명이 있다. 바로 황금문명이라 불리는 엘도라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황금박물관 소장품을 기초로 그간 우리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엘도라도 문명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특별전시 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 주제인 ‘엘도라도’는 황금을 찾아 헤매고, 지키기 위해 싸우고, 죽었던 많은 이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전설적 문명이다. ‘인간은 자연의 또 다른 모습이다’라는 콜롬비아
프랑스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이라는 작품이 현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자신의 귀를 자를 만큼 지독한 그의 열정을 그림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를 자르는 그의 행위에 무언가를 향한 지극한 사랑이 담겨있으며 이것을 예술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혹자는 극단적인 예술성은 정신병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한 예술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 또는 관객에게 예술적 전율을 선사한다.
시각예술 비평가이자 소설가, 문화사회학자로 알려진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는 예술과 인문, 사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의미에 관련한 물음을 던져왔다.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언인지 안다.” 『본다는 것의 의미』의 위와 같은 첫 문장을 통해 버거는 시각의 언어에 대한 우위가 아니라,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밝힌다. 현실을 인지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각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게 해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니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부딪혔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들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리쬐는 햇살은 바람이 머물다 간 기자의 이마를 따뜻하게 해주기 적당했다. 하늘은 너무 맑아 졸린 눈을 트이게 해주었다. 햇살이 기자의 눈을 찌푸리게 할 때 즈음, 다시 앞을 보고 길을 걸었다. 가을. 사람들은 이러한 날씨를 흔히 그렇게 부른다. 기자 또한 그들의 선택을 조용히 따라한다. 가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이다.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은 가을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메밀꽃, 달밤,
채용신(1850-1941)은 조선 말기와 근대 화단에 걸쳐 활동한 화가로, 다양한 그림을 즐겨 그렸으며 특히 초상화로 이름을 알렸다. 1886년에 무과 급제하여 여러 곳의 관직 생활을 하던 중 고종의 주관 하에 진행된 창덕궁 선원전(璿源殿)에 봉안할 태조 어진 제작에 화사로 발탁되기도 하였다. 1906년에 관직에서 물러난 후 전라도로 낙향하고 지역 화가로서 다양한 계층의 인물 초상화를 그렸다.채용신은 1905년 최익현 초상화 제작을 시작으로 경술국치를 전후하여 신기영을 비롯한 임병찬, 황현, 조한범 등 많은 우국지사의 초상화를 그렸
온전히 여성 주인공이 진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시나리오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는가? 아마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비중도 적고 보조적인 역할에만 그쳐왔기에 점차 영화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 밖에도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의 부재 또한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올해 발표한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성 평등 영화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감독의 부재가 여성 캐릭터의 부재로 연결되며, 호주의 경우 남성감독의 영화에서는 전체 등장인물
심장을 쿵쿵 때리는 록(Rock), 잔잔한 기타 소리를 얹은 인디음악, 무대를 보는 사람마저 끌어당기는 재즈(Jazz). 당신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만약 이 모든 음악을 한 장의 티켓으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공연이 있다. 바로 이다. 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리는 공연으로 지난 8월 41회를 맞이했다. 2001년 3월 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공연은 점점 규모를 넓히던 중 2011년을 기점으로 잠정 중단되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