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홍콩은 혼란기였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은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Chris Patten, 1944~)의 임기를 끝으로 1997년 7월 1일 중국령 홍콩 특별행정구가 되었다. 이로 인해 영국과 중국이 혼재된 독특한 분위기와 함께 세기말의 혼란과 불안이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 이 시기 홍콩에서 활동을 시작한 왕가위(王家衛, 1958~) 감독은 당시 방황하는 청춘들의 불완전한 사랑을 특유의 영상미로 표현해 (1990), (1997), (1994)과 같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을 차지해 할리우두 주류 감독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영화감독이 있다. 바로 ‘봉테일’ 봉준호(1969~)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은 (2000)로 데뷔하면서 20년간 영화계에 머무르며 자기 특유의 색깔을 유지해왔다. 이렇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던 그는 ‘봉준호 유머’ , 봉준호 월드’ 등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며 ‘봉준호’를 영화사에 새로운 대명사로 정의했다. 특히 그는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 시스템의 불편한 진실을 거리낌 없이
언론계에 ‘보도 윤리’가 있고 법조계에 ‘법조 윤리’가 존재하듯, 어떤 직종에서건 직업 윤리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우리는 늘 직업 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강조 받으며 살아왔지만, 현실적인 벽이나 어둠의 유혹 등에 부딪혀 실천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들 그런 현실을 알기 때문일까? 직업 윤리의 실천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들은 많은 대중들에게 칭송받는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에 자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칭송받는 것을 과분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이 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을 역설한다. 아래에서
최근 많은 화제가 된 드라마 에선 홀로 어린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동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유쾌한 줄거리와는 반대로 드라마 속에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한 장면이 나온다. 바로 미혼모 ‘동백’에 대한 사회의 편견 어린 모습들이다. 세상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달리 여전히 우리 사회는 미혼모에게 매우 각박하다.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 미혼모는 2만 2000여 명으로 집계됐지만, 과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가 그 양적 수치에 맞게 이뤄지고 있느냐 물으면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누구나 한번쯤 지나간 시간을 괴로워 하다못해 과거의 자신과 고독한 싸움을 치른다.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과거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은 자신도 모르게 표출해버린 말이나 행동에 대한 사소한 후회부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간절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과거의 모습을 다시금 그리며 후회하는 것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인간 보편의 모습이 아닐까? 이미 흘러버린 시간은
우리는 흔히 스포츠를 드라마 혹은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매우 큰 열세를 보이던 팀이 보란 듯이 강팀을 격파하며 이변을 연출하는 모습이나 부상, 부진 등 온갖 시련을 겪으며 내리막길을 걷던 선수가 부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모습, 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사가 만들어내는 휴머니즘 드라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는 당사자의 국적, 인종, 재능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래에서 소개할 3편의 영화는 각각 프로 선수와 국가대표,
최근 청년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의 청춘을 갈아 넣는 ‘노오력’을 기울이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 치솟는 물가, 버거운 집값 속에서 먹고 살고자 청춘을 포기하며 겨우 취업해도 또 다른 ‘포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헬조선’, ‘탈한국’과 같은 비관적인 단어들로 자신의 처지를 대변하고 언론과 기성세대는 위태로운 청년 세대를 ‘N포세대’, ‘88만원 세대’라는 단어로 규정한다. 앞으로 살펴볼 장강명(1975~) 작가의 소설 속에도 위태롭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한 청년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등장인물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1961~)는 각종 기사와 뉴스 등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로 손꼽힌다.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체를 소설로 풀어내어 신선하고 창의력 넘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그의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인류의 진보를 방해하는 요소와 이를 해소하는 전개 또한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는 21세기의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한 인정(人情) 없는 사회와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비판의 메시지를 전하며, 그들이 자연과 사람 등 모든 존재와 함
“와, 진짜 얼마 만에 보는 거야? 잘 지냈어?” 이 문장을 읽으며 특정 친구가 떠오를 수 있지만, 그와의 첫 만남과 친해진 계기는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내 일상에 스며든 친구,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성별·나이·직업을 막론하고 우정을 쌓아 평생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친구를 만나 고난을 겪기도 한다. 또 우리는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며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자연스럽게 우정의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이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죽음’의 사전적 의미는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그리고 ‘생명’이라는 말에는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또는 동물과 식물이 생물로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뜻이 내포되어있다. 하지만 죽음 이후를 바라보는 관점은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으며 철학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고대 에피쿠로스 학파는 죽음은 단순한 원자 해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죽음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며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죽음을 통해 삶을 성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라는 말은 언뜻 보기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런 맥락 없이 이 문장만을 받아들이는 것은 꽤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이러한 문장의 논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본능’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압박 때문이다. 이 문장은 본능이라는 명분으로 아름다움의 추구를 인정하고 허용해야만 한다고 주입하거나,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이들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일반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다. 본능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추구해야만 하며,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
보통 사람들은 ‘나이가 든다’는 것을 마냥 반가워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면 몸이 쇠약해지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사람들은 ‘늙음’보다는 ‘젊음’을 추구하며 성형이나 시술 등 과학기술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자연의 순리에 발맞추어 점점 늙어가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나이가 들고, 조금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도 한다. 앞으로 소개될 세 영화를 통해 배움과 도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
최근 몇 년 사이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화두는 우리의 일상을 넘어 주된 문화적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불과 삼 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이 낯선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 ‘혼밥’ 문화가 뿌리 깊게 안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홀로서기’ 문화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자서는 무언가를 도전하기 두려운 사람,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또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으로 인해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가족일 것이다. 비록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되었든 그들이 자신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보통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정이 아닌 특수한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족애는 꽃을 피운다. 앞으로 살펴볼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가족애는 평범한 가정 속에서 나타나지는 않는다.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뀐 가정, 언니의 아픈 몸에 이식을 해주기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이를 키우는 가정,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와 과거 학대로 인해 마음에 아픔을 품고 사는 여자가
2015년, 신동빈·신동주 형제가 「롯데」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한국사회에 화제가 되었다. 당시 언론은 그들의 갈등을 ‘기업의 소유권을 두고 콩가루 집안이 된 롯데가(家)’로 평가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특정 기업에서만 발견되는 일은 아니다. 여러 재벌 기업에서 각 기업의 지배권을 쟁취하기 위해 가족이 다투는 일은 요즘에도 일어나고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 기본적인 윤리를 훼손하며 일어나는 갈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족을 제거한 왕과 자신이 충심으로 모셨던 왕을 살해한 신하
교보문고는 지난 3월 넷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이자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2018)를 선정했다. 어떤 독자는 단순히 겉표지의 귀여운 곰돌이 푸 캐릭터에 반해, 또 다른 독자는 책 속의 구절에 깊은 감명을 받아 이 책을 구매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독서를 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독자들을 ‘힐링’하게 하는 베스트셀러 도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독자는 책 속에 등장한 주인공과의 동일시 또는 거리감
‘살아있는 프랑스 문학의 신화’ , ‘생존하는 프랑스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는 작가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e Le Clezio, 1940~)는 프랑스인임에도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소설 『조서』(1963)를 시작으로 최근 『빛나 : 서울 하늘 아??2017)까지 총 158권의 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다양한 역사적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소설의 배경은 사막, 섬 등 낯선 장소일 때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지식인’을 인간사에 대해 고뇌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지니고 사회의 모순에 대해 고민하며 건전한 사회를 만들려는 집단으로 규정한다. 그는 그 예로 대학생, 교직자, 문학가, 종교인 등을 제시했다. 본 기사에서 내리는 지식인에 대한 정의는 임 교수가 규정한 것과 같음을 밝혀둔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지식인으로 여겨지는 집단에게도 이 정의는 유효한가? ‘대학원생에 대한 폭언· 성추행 대학교수’와 ‘성범죄 가해 목사들의 여전한 목회 활동’ 등 일부 지식인의 비위(非違) 행위가 각종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고 있
바쁜 나날을 보내며 여유를 갖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힐링’은 핫한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힐링’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스크린에 등장하는 소위 ‘힐링 영화’가 관객들에게 더욱 많이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힐링 영화는 바쁜 도시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현시대의 주인공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농촌이나 고향으로 가서 자신의 힘든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슷한 내용 전개에 자칫 뻔하다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는 29살 때 처음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에 ‘하루키 붐’을 일으킨 작품 『노르웨이의 숲』은 전 세계 누적 1000만 부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듯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하루키 소설의 특징은 세상을 일그러지고 뒤틀린 것으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