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자, 독수리, 그리고 뿔 달린 사슴, 거위, 거미, 물속에 사는 말 없는 물고기, 불가사리,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한마디로 모든 생명, 모든 생명, 모든 생명이라는 생명은 모두 슬픈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 버렸다…….” 막이 오르고 배우 C가 등장해 독백을 시작한다. 안톤 체홉(Anton Chekhov, 1860~1904)의 희곡 ⌜갈매기⌟(Чайка) 속 주인공 ‘니나’의 대사이다. 언뜻 보기에는 연극 속 한 장면 같지만, 이내 배우 C는 대사를 까먹은 듯 고개를 젓는다. 공연장의 모든 조명이 켜지
2023.04.04
김한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