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은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195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69년에는 전위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했으며, 1974년까지 AG 회원으로서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실험했다. 그는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탈회화 작업을 거쳐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대 캔버스와 물감의 물성 표현에 착안한 회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때 제작된 것이 《접합》 연작(1974년~2000년대)으로, 《접합》 연작은 마대 천과 배압법이 그 특징이다. 《접합》 연작에 쓰인 올이 굵은 마포는 하종현의
대면 수업을 앞두고 불안해하던 시기에, 고연희의 『고전과 경영』이라는 책에 실린 ‘이윤(伊尹)’의 고사와 그 해설을 다시 찾아 읽으며 반성했다. 제목만 보아선 경영과 관련된 책인가 싶지만, 이 책은 조선 후기 왕실에서 교육용으로 제작한 그림책 『예원합진』의 글과 그림 총 24편을 3부로 나누어 하나하나 소개한 것이다. 고전 가운데 현대에도 실릴 만한 경영 관련 지침들을 모아 놓은 점에서 이 같은 제목을 단 것이 아닌가 싶다.저자의 머리글에 따르면, 『예원합진』은 현재 일본 나라(奈良)의 야마토분가칸(大和文華館)에 소장되어 있어 저자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중략)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정일근, 『어머니의 그륵』 中위 시에서 시인은 자신과 어머니가 사용하는 어휘인 ‘그릇’과 ‘그륵’을 대비한다. 사실, 시인이 학교에서 배운 그릇과 어머니가 인생에서 배운 그릇은 사전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릇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시에서는 시인과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역량을 쌓고 끝까지 풀어내야 한다.『축적의 길』에서 저자는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개념설계(Concept Model) 역량을 키우며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개념설계는 무엇이며, 왜 우리 산업에 필요한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정체된 한국의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져
“내 모든 작품은 몬트로이그(Mont-roig)에서 잉태된다.”추상과 초현실주의적 환상으로 자연을 탐닉하고 시적인 예술세계를 펼쳐 보인 스페인의 미술가 호안 미로는 화폭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호와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조형미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머물렀던 마요르카, 파리(1920년대), 뉴욕(1940년대), 일본(1960년대) 모두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우리 박물관 소장품의 제목이기도 한 ‘몬트로이그’는 그에게 충격을 던지는 근원적인 땅으로, 그가 평생 작품과 삶 속에서 회귀하고 힘을 얻는 자기 존재의
‘욕망’의 사전적 의미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다.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자 욕망이라는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속삭임에 매혹당해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파멸로 몰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2012), (2010), 그리고 (2018)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나간 젊음은 돌아오지 않기?슴된?는 지나가 버린 젊음을 원했던 ‘적요’와
2010년대에 들어와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웹소설(Web Novel)에 대한 큰 호응으로 이어졌다. 현재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게임, 만화 등이 활발히 제작되는 중이며 많은 사업체들도 웹소설 시장에 참여하는 추세다. 이렇듯 웹소설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아직은 웹소설이 종이 소설을 완벽히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웹소설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제작된다. 이에
‘춤추는 낱말’, 이곳에는 그저 하나의 ‘시’만이 존재한다. 시(詩)란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 작품, 동시에 언어의 울림이자 음악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시가 마음껏 춤출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한다. 결국, 시는 예술가의 작품과 하나가 되어 공간을 날아다닌다. 작품으로서 날아오른 시는 공간 속을 유영하고 시어가 품은 미묘한 정서와 다양한 사유는 우리 생각을 확장한다. 나아가 집단적인 (무)의식과 감각, 생동하는 힘을 만든다. 이번 전시 展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의제인 ‘시(Poetry)’를
수많은 현대인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산다. 한강 뷰 아파트에 초고층 주상복합.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통창의 주거 공간.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집을 갖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곤 한다. 그런 공간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안정감을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 담배와 위스키 살 돈이 부족해서 집을 포기한 청춘이 있다. 바로 영화 의 ‘미소’다.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만 있으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해주며 생활비를 버는 미소는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작은 쪽방에서 산다. 빠듯한 생활을 하던 미
커다란 풍차를 마법사가 보낸 거인이라 착각해 몇 번이고 덤벼든 한 기사, 『돈 키호테(Don Quixote)』이야기를 알 것이다. 돈 키호테는 온갖 위험에 처하면서도 이것이 기사에게만 부여되는 특권이라 생각하며 모험에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며 조롱하기 일쑤였지만, 돈 키호테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 하나만을 믿고 나아갔다. 당신에게는 돈 키호테가 그저 허망한 꿈을 쫓는 정신 나간 노인으로 보이는가? 앞뒤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돈 키호테의 용기가 당신에게도 있는가? 실패가
많은 사람들이 역사책을 즐겨 읽고 역사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얻곤 하지만, ‘역사’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특정 시대의 역사나 특정 국가의 역사에 대해 논하기보다 ‘역사’ 자체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어 소개해 본다.이 책은 저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가 역사에 관해 진행한 여섯 차례의 강연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1961년에 초판이 발행됐다. 에드워드 카는
사진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찰나의 ‘결정적 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서는 20세기 사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이 바라본 세상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단지 그의 작품만을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구입해 평생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냄새는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쓰여 있는 냄새의 정의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다. 두 가지 사전적 정의만 봐도 알 수 있듯 냄새는 미묘하게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단 꽃향기를 맡고 사랑을 시작하기도, 축축한 비 냄새에 돌연 향수에 젖기도 한다. 어쩌면 시각이나 미각, 청각보다 더 섬세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이 후각이다. 그럼 우리는 냄새를 어떻게 인식하는 걸까? 이번 기획을 통해 후각의
미생(未生).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大馬)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 완생(完生)의 최소 조건인 독립된 두 눈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울산매일신문』 2013년 8월호에 실린 문장을 빌리자면 ‘바둑판에서 미생은 한 집뿐인 상태를 말하며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바둑판에서 한 집만 가지고는 죽은 목숨’이라 한다. 드라마 (2014)은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뒤늦게 이 드라마에 푹 빠진 기자는 미생이 종영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김광우(金光宇, Kwang-Woo Kim, 1941~2021)는 ‘자연+인간’이라는 일관된 작품명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친 작가다. 2021년 3월 작고 전까지도 활발하게 작업을 수행해오면서 주요 전시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조각계의 흐름에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김광우의 작품 (1979)은 김광우 작품 전개 중 전기시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나무, 돌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로 자연의 여러 모습을 묘사 한 점 등이 전기시기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자신이 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소개하기는 쉽지 않다”본교 전인수 교수님께서 2019년에 본 칼럼에서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서두에 적으신 글이다. 필자도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러나 『문화 트렌드 2022』는 여러분이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에 소개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바야흐로 트렌드서의 전성기이다. 시중에는 흘깃 보아도 서적 대여섯 개 이상이 전시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는 조급함과 앞서려는 도전정신을 무장한 독자들은 트렌드 서를 통해 세상을 읽으려 한다. ‘워라밸’, ‘가심비’
영화의 태초를 논하면 심심치 않게 열차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둘은 근대에 역사가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뤼미에르 형제가 감독한 (1896)을 봤던 관람객이 열차가 오는 장면에 놀라 도망쳤다는 도시전설이 있다. 열차를 다룬 영화는 현대에도 볼 수 있다. 열차는 여타 교통수단과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으며, 그러한 매력에 여러 감독이 매개체로 이용하기도 한다. 멈추라고 울부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철로를 따라
누구나 한 번쯤 모빌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아기방의 천장에서 한가로이 돌아가는 모빌과 그것을 잡으려고 애쓰는 아이의 포동포동한 손. 아마 모빌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가느다란 철사와 실에 매달린 온갖 물건들이 서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흔들리는 모양은 흡사 하나의 수형도(樹型圖)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이 공예품은 그러나, 미술사에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흔히 조각가로 더 잘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해제되고, 미래를 낙관하는 업종들이 있다. 영화관이 대표적이다. 팬데믹을 전후로, 즉 2019년 대비 2020년 영화관 업종 Big3 브랜드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매출액은 각각 △70.0% △65.5% △68.6% 감소했다. 이들은 현재 오프라인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한편, 해당 시기에 급부상한 ‘홈 시네마’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염병의 여파로 위축된 대면 활동 대신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시민 사회의 여가 생활이 재구성되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포착한다. 이는 붓과 물감 등을 이용해 작가의 의도를 전하는 그림과 차이가 있다. 오늘날에는 사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하여 작가의 의도를 전하면서 사진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사진으로 재현되는 현대 문명은 어떠할까? 이번 전시의 작가인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b. 1955~)는 원거리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장면으로 구축하여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순수한 조형 요소로 표현하는 추상 회화나 단순함을 통해 미(美)를 드러내는 미니멀리즘 등